미국 애플이 지난 2월 패소한 삼성전자 상대 2차 특허소송 2심에 대해 현지 법원에 재심리를 신청했다.
3심 상고와는 별개 개념으로 항소법원 판사 전원 의견을 구하겠다는 의미다.
김상균 삼성전자 법무팀장(사장)은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빌딩에서 취재진과 만나 “애플이 2차 소송 결과에 대해 법원에 `앙방(enbanc)`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앙방은 일종의 재심리 절차다. 판사 세 명이 판단한 본 판결에 대해 이의가 있을 때 미국 연방항소법원 판사 11명 모두에게 재판단을 요청한다. 사실상 2.5라운드다.
미국 법조계에서 앙방은 대법원 상고 이전에 진행하는 통상 절차다. 2심 판사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다른 의견을 냈을 때 이에 근거해 판결 재검토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심은 판사 세 명 모두 삼성전자의 손을 들었다.
김 사장은 “2심 결과를 봤을 때 앙방에 대해 삼성전자가 걱정할 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항소법원 입장에서도 앙방 인용이 기존 판결을 뒤집는 결과가 된다.
앙방이 기각된다면 애플은 대법원에 상고할 전망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앙방 인용으로 삼성전자에 불리한 결과가 나올 때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서 애플의 앙방 신청은 일종의 `시간 끌기`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각) 1심에서 삼성이 침해했다고 판단한 애플 특허 세 건 가운데 두 건을 `특허 무효`, 한 건을 `비침해`로 판단했다. 무효로 판단한 특허는 `밀어서 잠금해제`와 `자동 오타수정`, 비침해는 `퀵 링크`다. 판결 확정 시 삼성전자는 1심 판결에 따른 배상액 1억1962만5000달러(약 1483억원)를 내지 않게 된다.
송재섭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미국은 대법원 상고가 허가제로 신청 건의 99%가 3심 문턱을 밟지 못한다”면서 “미국 대법원이 1년에 많아야 두세 건의 특허 소송을 다루는 점을 봤을 때 `상고허가` 가능성을 낮게 본 애플이 궁여지책으로 앙방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