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산업에 IT를 기반으로 하는 자동화 시스템은 각 업계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어 왔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패션계도 이러한 시스템으로 인해 비용의 절감과 업무 생산성 향상이라는 수혜를 받고 있다. 물론 전체 패션업계로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기 까지는 좀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시스템이 실제 패션 관련 업계에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 지 구체적으로 알게 되면 그 시간은 분명 빨라질 것이다. 필자는 이 칼럼을 통해 패션업계가 처한 고비용과 업무의 비효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해보고자 한다.
패션의 대세 글로벌 SPA, 한국에서 고전하는 이유
최근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경기가 이슈이다. 컴퓨터의 인공지능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여 인간의 지능 및 본질에 매우 흡사하게 발전해가고 있다. 알파고는 강한 상대를 만나면 강하게, 약한 상대를 만나면 약하게 상대에 맞춰 경기를 진행할 수 있는 나름 배려심 있는 소프트웨어이다.
그럼 우리가 입는 의류에 알파고 공식을 넣어 생각해보자. 옷을 구매할 때 독특하고 화려한 디자인을 선호하는가 아니면 몸에 맞는 편안한 옷을 선호하는가? 우리가 알파고를 대적하더라도 알파고는 각자가 가진 능력 안에서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난이도를 조절해준다. 하물며 옷은 어떠한 가. 혹시 예뻐서 산 옷에 몸을 구겨 넣고 있지는 않은가. 지텍스토어(ZitexStore)의 온라인 조사에 의하면 소비자들의 77.9%가 옷을 입었을 때 편안하게 잘 맞는 ‘피팅감’이 좋은 옷을 선호하고, 39.1%가 의류의 품질, 그리고 37.1%가 개인의 취향에 맞는 개성 있는 옷을 선호한다고 한다. 또한 잘못된 피팅으로 인해 독일의 지텍(Zitex)에서는 연간 9억 7천유로, 미국의 한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연간 28억불의 손실이 발생해 원가가 상승한다고 한다.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SPA브랜드들도 고전 중이다. SPA브랜드들은 자사의 기획 브랜드를 직접 제조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최신 유행을 반영한 상품을 빠르게 유통시키는 브랜드를 말한다. 사람들은 이 브랜드들이 우리나라에서 현지화에 실패했다고 보고 있다. 화려하고 독특한 디자인을 강조하는 H&M, ZARA는 심플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한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한국인에게 맞지 않는 사이즈를 그대로 유통해 한국 고객들에게 ‘피팅감’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예쁘고 독특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구매하였으나 막상 옷을 입었을 때 나에게 맞는 ‘사이즈’임에도 불구하고 활동하는데 있어 무언가 불편하게 만들고 제약을 주면 옷장에 넣어두고 다시는 꺼내 입지 않게 된다.
그러면 한국인의 체형에 맞춰 옷을 제작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사실 인체치수는 기본적으로 최소한의 의복만 걸친 상태인 맨몸에 재야 가장 정확한 데이터가 나온다. 마찬가지로 3D 바디스캐닝을 할 때에도 거의 나체상태에서 스캐닝이 되어야 의도한 정확한 결과값을 얻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국가기술표준원에서는 한국인의 연령대별 표준체형 치수 및 3차원 인체형상파일을 제공하고 있지만 매출의 압박과 시간에 쫓기는 국내외 패션의류회사들이 측정데이터를 사용하는 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개인 맞춤형으로 옷을 제작해서 입는 것인데 맞춤형 양복도 아니고 많은 디자인을 소품종으로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빠르게 제작해야 하고 수익도 내야 하는 SPA브랜드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또한 요즘 같은 글로벌시대에 거대한 규모의 중국 시장을 두고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이다.
주문 맞춤형 시스템, 세계 시장을 연다
앞서 설명한 글로벌 1, 2위의 SPA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반면 유니클로의 경우는 국내 진출 10년만에 단일 브랜드 최초로 1조 1,169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혼자 승승장구하는 상황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편안함. 유니클로 브랜드는 고객에게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으로 다가선다. 그것은 바로 ‘피팅감’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패션업계도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비즈니스의 최고 목표이며, 이것은 바로 개인들마다 다르게 만족되는 ‘피팅감’을 어떻게 구현하느냐이다. 바로 이 문제를 주문맞춤형 MTM(Made to Measure) 시스템이 해결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치수를 일일이 측정하여 패턴을 그 측정값에 맞게 수작업으로 조정해 작업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복잡한 패턴을 측정값에 맞게 자동으로 조정하고 변경 내용을 개별 마커로까지 확대해 적용시킨다. 그리고 고객의 고유한 주문을 만족시킬 수 있는 솔루션의 도움을 받아 연령별, 성별에 따른 동양인의 국제 표준체형에 맞춰 제작 생산이 가능하게 해 ‘피팅감’ 좋은 옷을 최신의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입맛에 딱 맞춘 제품을 만들어낸다.
동북아시아, 특히 한국과 중국, 일본은 문화적, 체형적으로 유사한 면이 있어 만약 동북아시아의 표준체형이 측정될 수 있다면, 동양인의 체형을 고려하지 않은 국제 표준체형에도 공동 대응이 가능해진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고 했다. ‘피팅감’이 좋은 옷을 생산하여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국내 시장은 물론 일본, 13억 5천만의 중국 등 세계 시장도 당당히 나설 수 있다.
한국 의류 상품은 섬세하고 잘 만들어진다는 특성으로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젠 고객을 개인화시키고 피팅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이 패션업계를 활성화시키는 원동력이다. 그래서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패션 업계가 적극적으로 자동화 시스템을 이루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박지현 jh.park@lectra.com 필자는 IT업계에서 소프트웨어 마케팅 업무를 하다가 렉트라 코리아 마케팅팀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를 담당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 패션의류업체의 선진화를 실현시키기 위해 열심히 필드를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