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알파고와 바둑 세계 최강 고수 이세돌 9단의 대결이 세계 화제다.
대국에 대한 관심은 여러 분야로 퍼져 갔다. 추락하던 바둑의 인기는 되살아났고, 한국기원은 세계의 조명을 받는 곳이 됐다. 서점에는 바둑 서적이 인기도서로 떠올랐으며, 마트에는 바둑판과 바둑돌이 주요 상품으로 진열됐다. 바둑 학원에는 수강 문의도 폭주한다.
AI에 대한 관심 역시 뜨겁다. 주식시장에선 AI 관련 종목이 새로운 테마주를 형성하면서 시황을 달궜다. 로봇, 자율주행, AI 주식투자 등 AI를 활용한 산업 분야도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AI가 주목받자 기업들은 AI 관련 프로젝트를 잇따라 발표하고 나섰다. 정부도 바빠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각 부처가 부랴부랴 정책과 계획을 내놓는다.
AI 열풍이 몰아치고 여러 정책이 나오지만 무언가 아쉬운 느낌이 든다. 마치 특유의 냄비 근성처럼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다. 실제로 정부가 내놓는 정책을 보면 우려는 더욱 분명해진다. 연구개발(R&D) 자금을 13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늘리고 추진단을 만들어 산업화를 지원하겠다는 등 급조된 계획은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AI 정책과 산업은 미국 등 선진국에 크게 뒤져 있다. 그렇다면 지금 AI 정책은 정확한 방향 설정과 세세한 방법론을 세워야 한다. 구글이 오래 전부터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것처럼 시간을 갖고 천천히 준비해야 한다. 냄비처럼 뛰어들기보다는 끓는데 시간이 더 걸리는 뚝배기처럼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금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끈기 있는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
이세돌 9단이 승리한 알파고와의 4국 대국에서 보여 준 자세는 우리에게 시사점을 준다. 판세가 불리하더라도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끈기 있게 승부에 매달렸다. 지금 AI 산업을 대하는 우리 정부와 기업에 필요한 자세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