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연구원 없이는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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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원의 어깨가 처졌다. J박사 자살 때문만은 아니다. 여러 가지 일이 뒤얽혀 있다. 외부 요인도 있고 스스로 망가뜨린 것도 없지 않다.

정부는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원을 더 이상 전문인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며 교수와 의사만 전문인 대접을 했다. ‘근로자’가 된 과학기술인은 섭섭해 했다. ‘과학자’는 조금 더 특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산 절감액으로 따지면 몇 푼 되지도 않는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미미했다. 차라리 형평에 맞게 예외를 두지 말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더 크다.

연구원은 그래도 좀 낫다. 같은 기관에 근무하는 행정직이나 기능직은 더 슬프다. 스스로 ‘6두품’으로 자책한다. 이들은 연봉액수보다 자존감을 갖지 못한다는 데 상실감을 느낀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우리나라 이공계 분야에 25개가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처럼 5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곳도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처럼 세계에서 인정받는 ‘규모의 조직’도 있다. 때론 외부 압력에 대항해 다른 출연연을 보호하는 ‘안전판’ 역할도 한다. 이에 반해 정부출연금만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기관은 정부의 ‘눈칫밥’ 먹기 일쑤다. 경상비 한두 푼에 울고 웃는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행정체계는 정권에 따라 들쭉날쭉했다. 처음엔 각 부처에서 관리했다. 김대중(DJ) 정권 때 연구회가 만들어지면서 국무조정실로 이관됐다. 참여정부 때는 과학기술부로 일원화됐고, 이후 각 부처로 돌아갔다. 지금은 미래창조과학부 중심으로 짜 놨다.

현실과 법 체계 간 괴리도 연구원을 많이 힘들게 한다. 관행으로 해 온 특허 등록 건을 다음 과제 평가보고서에 포함했다 연구비 전체를 물어 낼 뻔한 사례도 있다. 관행이나 규정이 출연연이 속한 정부 부처마다 달라 피해도 본다. 융합연구 차 파견된 연구원들이 겪는 어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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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이상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이 지난 8일부터 ‘혁신간담회’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산하 25개 출연연을 찾고 있다. 간담회에서는 연구회 차원에서 출연연이 어려움에 처할 때 도와 줄 법무팀을 꾸려 달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실질적으로 정부감사 시 시스템으로 도와 달라는 말이다.

차제에 연구원이 직접 돈을 집행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건비 등을 회계팀이 대신 일괄 산정하고 지급하는 방식이다. 회계상 오류가 있지 않는 한 돈 문제로 감사에 걸릴 일은 없다. 그럴듯한 처방이다.

일각에서는 연구기관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5년 동안 예산집행, 연구방식, 인력선발 등 전권을 맡기자는 얘기도 나온다. 그 대신 5년 뒤에 엄정하게 평가해 잘했으면 포상하고 잘못했으면 응당 그에 준하는 책임을 묻자는 논리다.

다음 달이면 국회의원 선거다. 이참에 지역구, 전국구를 떠나 우리나라 미래 과학기술대계 50년을 생각하는 정치인이 나왔으면 한다. 출연연구기관의 자존감을 살리고 보호해 줄 ‘작은 우산’ 하나쯤 만들어 줄 정치인 말이다.

출연연구기관을 기타 공공기관에서 제외한 뒤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 방안을 내놓을 정치인, 어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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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범 전국부 데스크 hb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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