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내년부터 상용차를 시작으로 디지털 클러스터(계기판)를 본격 도입한다. 현재 디지털 클러스터를 적용한 차량은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하나뿐이다. 향후에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에도 순차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년 출시 예정인 상용차에 처음으로 디지털 클러스터를 적용한다. 새롭게 적용하는 디지털 클러스터는 12.3인치 TFT LCD에 차량 주행 정보 전체를 표시한다.
현재 현대차 계기판은 속도, RPM 등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표시하고 주행정보나 타이어 공기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은 7인치 TFT LCD 디스플레이에 나타낸다. 올해 초 출시한 아이오닉 HEV는 처음으로 풀 디지털 클러스터를 도입했지만 최고급 트림에만 적용된다.
현대차는 그간 안전을 이유로 디지털 클러스터 적용을 미뤄왔다. 속도나 RPM 등 주행에 필수적인 항목이 전자 오류로 표시되지 않으면 큰 사고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디지털 클러스터에 표시되는 정보가 실제와 오차가 있을 수 있어 아날로그 계기판을 고수해왔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디지털 클러스터를 적용하기 위한 시스템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아날로그 바늘이 결합된 세미 디지털 클러스터만 생산 가능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보수적 업체인 만큼 디지털 클러스터 도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와 비용이 증대되는 부분까지 고려했다”며 “승용차가 아닌 상용차에 먼저 적용하는 것도 판매량이 적은 상용차에서 반응을 보고 확대 적용하기 위한 조치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향후 제네시스 브랜드에 디지털 클러스터를 적용할 계획이다.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대부분이 디지털 클러스터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출시한 플래그십 세단 ‘G90(국내명 EQ900)’은 계기판 중앙에 7인치 TFT LCD를 장착해 주행정보 등을 제공하지만 속도와 RPM, 연료 용량 등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표시한다.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BMW, 재규어 등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는 4~5년 전부터 디지털 클러스터를 적용해 왔다. 재규어는 2011년 플래그십 세단 ‘올뉴 XJ’를 출시하면서 12.3인치 풀HD LCD 디지털 계기판을 적용했다. 아우디는 지난해 출시한 신형 TT 계기판을 12.3인치 LCD로 교체했고 전체 제품군으로 확대 적용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도 플래그십 세단 ‘S클래스’ ‘7시리즈’에 디지털 클러스터를 장착했다.
디지털 클러스터 보급이 확대되면서 디스플레이와 전장부품 업계는 시장 선점을 위한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LG전자는 내년 말부터 LCD 클러스터를 포함한 11개 부품을 GM에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용으로 공급한다. 고해상도 IPS(In-Plane Switching) 기반 LCD 계기판으로 색 정확도(해상도)가 높은 것이 강점이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로 맞선다. 최근 아우디, BMW 등 완성차 업체가 디지털 클러스터를 LCD에서 OLED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우디 신형 A8에 14.1인치 커브드 OLED 패널을 공급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자율주행자동차 등 스마트카 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지털 클러스터 도입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디스플레이 업계와 전장 부품업계, 완성차 업계 간 경쟁이 점차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