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가상현실)은 2016년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와 바로셀로나의 MWC를 휩쓸었다. 이 VR시장을 폭발시킨 주역인, 페이스북이 투자한 오큘러스 리프트라는 VR 장비는, 올 여름경 20개국에서 1차로 출시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출시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를 갖춘, 세계 10위내의 경제대국이다. 그러나 사물인터넷, 스마트 디바이스 등 미래의 핵심 제품의 1차 출시국에 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2014년 1월, 구글이 3조4천억원에 ‘똑똑한 자동 온도조절장치(네스트)’를 개발한 네스트랩스를 인수하여 세상이 깜짝 놀라던 시기에 필자는 미국에서 또 다른 사실에 놀랐다. 우리에게는 개념도 익숙하지 않던 당시에 이 제품을 버스정류장에서 광고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도 네스트 같은 제품을 사용할 수 없다.
모바일 혁명을 일으켰던 애플의 아이폰이 외국에 비해 1년 이상 늦게 도입된 바 있다. 이처럼 혁신을 유발하는 수많은 제품들을 우리 국민들은 세계 경쟁국들 보다 늦게 경험한다는 사실은 이제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혁신 제품을 구현하려는 우리나라의 기업인과 연구자들은 최신 제품을 보기 위해 CES 등 주요전시회를 방문하여, 이들 전시회의 외국인 참가자 수로는 한국이 매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품들을 볼 수 있을 뿐 일상생활에서 경험해볼 수 없는 점이 아쉽다.
1982년 후진국이던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를 위해 최고의 연구 환경을 구축하려 했다. 그것이 바로 세계 두 번째 인터넷이었다. 남들보다 앞서서, 인터넷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비범한 환경에서 네이버, 다음, 넥슨 등의 세계 수준의 비범한 기업과 제품, 서비스들이 움틀 수 있었다.
세계 최고의 기술과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패션 명품이 우리나라를 테스트 케이스로 활용하듯이, 우리가 세계 최첨단의 인프라와 환경을 프로슈머, 바로 우리 국민들이 활용할 수 있어야만 한다. 90년대 말에 구축한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가 우리 경제를 이끌었다면, 이제는 우리의 생활과 산업이 ICT와 융합된 초연결사회의 기반을 누구보다도 먼저 확보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사물인터넷 기술수준을 기술최고국 대비 1.2년 늦었다고 분석되고 있는데, 사물인터넷의 소비 수준에서도 격차가 난다. 최근 CES에 등장한 첨단 ICT 제품의 소비 격차는 1년이 넘는 듯하다. 주요 IoT 제품은 물론, 3D 프린터, 드론, VR들도 그렇다.
우리나라의 첨단 제품과 서비스의 소비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올해 MWC에서 엿볼 수 있었다. 세계의 이동통신업계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5G를 구현할 주요 이정표로서 인식하여, 5G의 주요 시제품과 기술들이 평창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은 평창에서 세계에서 가장 먼저 5G서비스를 실제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때 산업 생태계간 상호 운영이 되는 세계 기업의 지능형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5G와 함께, 평창에서 구현하고 실생활화 할 수 있으면, 우리는 과거 세계에서 두 번째로 구현했던 인터넷이 가져왔던 비범한 환경들을 다시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첨단 제품과 서비스의 초기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 공공기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공 시장은 첨단 제품이 초기에 활용되는 장을 열어줄 수 있으며, 신규 표준을 공공 시장에 적용하여 큰 시장을 만들 수 있다. 공공 시장 구매 예산의 일부를 기존 제품보다 개선된, 첨단 제품의 구매에 활용하도록 권장하는 정책을 세워야한다. 또한 공장, 농업, 의료 등 각 분야에 첨단 기술이 반영된 개방형 공통 규격을 수립하여, 제품 구매 및 서비스에 활용해야 한다.
또한 첨단 제품에 대한 경쟁국과의 소비 격차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인프라 뿐만 아니라 법과 제도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과 해결책도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현대는 ICT제품이 공공, 산업, 개인 생활에 융합하면서 혁신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생활 속에서 ICT 제품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창조적 혁신을 촉발해야 가속화될 것이다. 해외에서 출시되는 수많은 융합제품과 서비스들을 우리 국민이 빨리 접할수록, 한류를 폭발시켰던 그 힘을 우리 제품과 서비스에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박현제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융합서비스CP hyunje@iit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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