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14일 막 오르는 ISA-금융업간 영토없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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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통장이라 불리며 국민 관심을 끈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ISA)가 시행 일주일을 앞뒀다. 하지만 금융권 경쟁만 난무한다. 은행과 증권사는 각각 자사 직원을 압박하고, 고가 경품으로 가입을 유도하겠다는 마케팅 전략을 펴며 고객 유치에 한창이다. 정부가 ‘국민 재산 늘리기’란 명분을 내걸고 일정 소득에 한해 비과세한다던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금융당국은 과열경쟁과 불완전판매 경고를 잇달아 내놨지만 금융권은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자칫 국민 재산 늘리기 프로젝트가 금융시장 전반에 불신을 가져오는 ‘금융권 배불리기’ 사태가 일어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14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를 앞두고 증권사와 은행 등 금융기관 35곳이 ISA를 내놓을 계획이다. 증권사 21곳과 은행 14곳 등 35곳이 ISA출시 계획을 밝혔다. 금융권 무한경쟁이 시작된다.

◇금융권 ISA 경쟁 왜 치열한가

최근 금융권이 ISA에 ‘세계 여행’ ‘승용차’ 등 고가 경품에 직원 등을 떠밀면서까지 경쟁하는 것은 내줄 수 없는 시장이란 판단에서다.

ISA는 지난해 말 세테크 상품 ‘재형저축’이나 ‘소장펀드’가 종료되면서 대안으로 나왔다. 재형저축만 5조원이 넘고 소장펀드 역시 1조원 안팎이다. 두 상품 모두 이자소득세 14%가 비과세된다는 점이 인기 비결이었다.

ISA 역시 비과세 상품이란 점에서 국민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재형저축과 소장펀드 가입 대상이 50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와 3000만원 이하 자영업자인 데 반해 ISA는 금융종합소득과세자를 제외한 국민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2% 안팎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고령화로 인해 부동산 기대수익이 줄어들면서 마땅한 투자 대안이 없어 소비자가 작은 금리차이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앞서 시작한 일본과 영국 사례를 봐도 ISA에 빠르게 자금이 몰렸다.

가장 먼저 1999년 ISA를 도입한 영국은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왔다. 시행 후 15년이 지난 2014년 가입자 2267만명, 가입금액 4000억 파운드를 돌파했다. 지난 2014년 도입한 일본 NISA는 1년9개월 만에 약 980만 계좌가 형성되고 자금은 5조8000억엔을 넘어섰다. 도입 당시 600만 계좌 1조엔에 비교하면 빠른 성장세다.

금융전문가들은 국내 ISA 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ISA 계좌 개설 대상 중 실제 800만명이 계좌를 트고 계좌당 연간 600만원씩 유입된다고 가정하면 ISA시장은 150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첫해 30조원 안팎 자금이 몰릴 것이란 기대감이다.

이들 자금이 주식 등 금융시장에서 움직이면 국내 지수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일본은 2014년 ISA 개시 이후 니케이지수가 지난해 10월 말까지 20% 이상 상승했다. 표영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이 기간 일본 주가 상승은 일본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NISA) 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하면서 자본시장 활성화에 기여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은행도 ISA 시장을 놓칠 수 없다. 계좌이동제가 시행돼 언제든 자금이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낮은 금리는 고객 이탈 요인을 가속화할 수 있다.

은행은 증권을 압도하는 지점망과 직원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데다 계좌이동제 등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은행도 ISA는 최대 먹을거리이자 지켜야 할 시장”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일임업 허가 전 신탁형에 올인 했기 때문에 준비 상태가 미흡한 건 사실”이지만 “결국 지점과 고객 등 규모의 경제로 증권업계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역시 우위를 자신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세계여행 상품이나 자동차 등 경품을 내걸고 이벤트를 벌이지만 자금운용에서 증권에 비해 보수적이고 경험도 적다”며 “운용 수익률 등으로 비교하면 은행을 압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승부는 투자 상품 콘텐츠가 좌우

은행이나 증권 모두 우위를 자신하지만 판단은 결국 개인 투자자 몫이다.

소비자는 ISA 절세 효과가 투자 수익을 상쇄할 것이냐를 따져볼 수밖에 없다.

단순히 눈앞 경품이나 절세 효과에 안주하기에는 저금리 시대 투자수단으로는 불안하다. 실제 ISA는 연간 최대 2000만원까지 투자가 가능하다. 이 가운데 비과세되는 부분은 투자수익 200만원(최대 250만원)에 대한 비과세다. 그 이상이 넘어가는 부분에 대해서 9.9% 단일 과세한다.

오재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ISA 비과세 효과는 최대 38만원 정도에 그친다”며 “5년이란 중장기 투자기간을 고려하면 절세 효과보다 수익률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전했다.

결국 투자자가 안정형 상품을 선택하느냐 투자형 상품을 찾느냐에 달렸다. ISA에는 주가연계증권(ELS), 해외주식형펀드, 주식 등 다양한 상품을 편입 가능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오히려 저금리 기조와 자금 수요에 맞춰 적절히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과세 혜택을 250만원까지 적용받는 저소득층은 예·적금이나 원금보장형 상품에 최대한 투자하고 절세 효과가 적은 일정 금액 이상 자산 보유자는 수익률과 리스크가 높은 투자성 상품 비율을 높이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이경민 코스닥 전문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