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에 관심은 많습니다. 하지만 아직 기기가 무겁고, 각기 다른 기기에 일일이 대응하는 게임 제작이 쉽지 않습니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이 최근 넷마블 투게더 위드프레스(NTP) 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게임업계에도 VR 열풍이 거세지만 게임 적용은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공존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조이시티, 엠게임, 한빛소프트, 드래곤플라이 등 일부 중견 업체가 VR게임 개발을 공식화했다.
개발에 들어간 게임은 슈팅, 연애시뮬레이션 등으로 장르가 한정돼 있다.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게임즈, 스마일게이트 등 대형 기업은 “관심 있다”고 표명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용으로 쓸 만한 VR기기가 아직 대중화되지 않아 투자하기 쉽지 않다”면서 “최근 중견 게임기업 현금 흐름이 악화되고 과거 3D(입체영상)나 세컨드라이프처럼 한때 유행에 그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고자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PC온라인·모바일게임에 비해 게임성 확보(어지러움증, 짧은 플레이타임)가 쉽지 않고, 기기 보급이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으며, 유료화 모델을 개발하기 어려운 점을 VR게임 난제로 꼽았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경영대)는 “제대로 게임을 즐길 만한 VR HMD 보급이 아직 부족한 데다 플레이 타임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위 교수는 “기존 게임의 장르가 아니라 VR 환경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개발이 필요한 것도 VR게임 활성화에 시간이 걸리는 이유”라고 부연했다.
부분유료화 기반으로 성장한 국내 게임업계가 VR게임에서 당장 매출을 만들 비즈니스모델(BM)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PS VR)처럼 콘텐츠 구매 단계에서 돈을 지불하는 모델보다 상품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VR는 게임업계에 기회다. 최근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서는 쇼핑몰 같은 공공장소에 VR 시뮬레이터를 설치하는 것이 유행이다. 과거 아케이드 게임기(오락실용 콘텐츠)에서 활약하던 게임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장중혁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부사장은 “VR는 모바일과 또 다른 새로운 플랫폼”이라면서 “단순한 VR HMD기기 공급 확대보다 균질의 콘텐츠 서비스 경험과 지불 경험을 확산하는 킬러 콘텐츠 등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동 계원예술대학 게임학과 교수는 “VR 자체는 오래된 기술로, 시대 흐름에 따라 성장 정체를 맞은 휴대폰과 게임산업의 돌파구로 언급된다”면서 “게임은 이용자와 콘텐츠 간 상호동작이 중요하지만 현 수준에서 VR를 접목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