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에 퇴근하십니까.”
직위가 높아져 책임이 늘어나고, 함께 일하는 직원이 증가할수록 가장 많이 듣던 물음이다. 지난해 어느 언론이 필자의 ‘칼퇴근’을 인터뷰 기사 주요 내용으로 다룬 적도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세 번째로 많이 일한다는 우리 근로 현실에서 기관장 퇴근시간에 언론이 높은 관심을 보이던 사실이 씁쓸했다.
출근과 퇴근은 내가 하는데 정작 나는 그 시간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 상사 퇴근 시간이 ‘나의 퇴근시간’, 나아가 ‘나의 근무시간’과 밀접하다. 시간을 자기 주도로 관리하고, 근무시간에 집중해 일한 뒤 ‘정시퇴근’하는 문화가 아니다. 상사가 일어나야 직원이 퇴근하는 ‘잘못된 관행’이 지배하는 근무 환경,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직장 현주소다.
만성화된 현실은 우리나라를 일은 가장 많이 하고 생산성은 가장 떨어지는 ‘비효율의 나라’로 만들었다. 업무 집중력 저하, 피로와 스트레스 누적, 심각한 건강 위협, 나아가 가정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가정불화와 심지어 출산의 어려움을 주는 원인으로까지 확대됐다. 각종 우울한 사회현상과 지표로 나타났다.
지난해 OECD 통계에서 우리나라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시간은 하루 48분으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짧다. 아빠와 아이의 교감시간은 고작 6분이다. 자살사망률 1위(10만명당 29.1명)라는 부끄러운 사실이 드러났다.
이러한 업무 관행이 삶의 여유와 더불어 지금과 미래의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근무문화인가. 자세히 들여다보고, 철저하게 바꿔야 한다. 공무원과 직장인 스스로 시간 관리를 얼마나 자기 주도로 하는지, 근무 시간에 업무 관리는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질문해야 한다.
어느 조직이나 꼭 필요한 일은 있기 마련이다. 해야 할 일을 중단하고 퇴근하라는 말이 아니다. 퇴근시간 이후까지 할 일을 구분하면서 시간의 주인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인사혁신처가 장시간 근로 관행과 비효율 업무 행태를 개선하는 ‘자기주도형 근무혁신’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공무원과 직장인들의 반향이 뜨겁다.
불필요한 일은 버리고 업무 집중시간을 운영,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한다. 개인별 자기개발계획(IDP)을 수립해 공무원 역량을 기른다.
개인·부서별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한다. 연간 휴가계획에 따라 자율휴가를 실시, 재충전 기회로 활용한다.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공직문화를 만드는 목표를 실현한다.
정시에 퇴근해 가족과 저녁이 있는 삶을 보내는 것이야 말로 가장 값지고 행복한 시간이다. 아이를 데리러 가고, 운동을 한다. 배우자와 자녀에게 ‘오늘은 내가 요리하는 날’로 정해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을 ‘집밥’으로 다 함께 먹는 기쁨을 누린다. 나아가 나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필요한 자기계발과 자기관리 등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이런 여유와 행복이 어우러지는 것이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 아니겠는가.
필자는 오랜 기간 근무 형태를 관찰했고, 스스로 실천하려 노력했다. 시작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것은 나의 진정한 실력과 경쟁력을 높이고, 내 삶을 더 고귀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 길은 지금 ‘내가 주인이 되는 것’에 달렸다. 여러분은 어떤 삶을 꿈꾸는가. 선택해야 할 때다. 우리가 바라고, 아이들이 살아 갈 대한민국 미래의 첫걸음이다. 행복한 삶이란 그 또한 나의 선택이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 gm52@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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