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가볍고 강한 탄소복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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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도구를 만드는 재료에 따라 시대를 나눴다. 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로 크게 구분된다. 현재는 철기 시대다. 인류가 철기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문명 시대로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철기 문명은 200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철기를 대신해 새 시대를 만들 소재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20세기에 많이 쓰인 소재 중 하나가 플라스틱, 실리콘 등이다. 인류는 여전히 철기시대 속에 속해 있는데 철강 등 금속 재료는 우수한 물성에 저렴한 가격 덕분에 대표적인 구조용 소재로 사용된다. 철강은 연간 15억톤 이상이 소비되고 있으며 전 세계 인류 1인당 매년 200㎏ 이상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철이 전체 금속 소재 중 80% 이상이다.

그러나 철강은 대표적인 에너지 과소비, 이산화탄소 과다 배출 산업이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5.2% 이상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고강도 탐소섬유강화복합재로 대표되는 탄소복합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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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복합재는 작은 크기 탄소재료를 금속, 고분자 재료에 분산시킨 것을 말한다. 탄소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 원소로 생명체에서 만들어진 화석연료는 탄소가 산소와 결합하면서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화석연료 탄소 성분을 기반으로 탄소 결합 방법을 변경시키고 다른 원소를 결합시켜 만든 것이 플라스틱, 석유화학 제품이다.

일본 도레이는 탄소섬유 세계시장 전망을 2010년에서 2020년까지 10년간 두 배가 넘는 성장을 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흔히 생각하는 항공우주 분야뿐 아니라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 등 거의 모든 분야로 사용범위가 넓으며 그 범위는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탄소복합재는 철보다 강하고 알루미늄보다 가볍다. 정확히는 철보다 5분의 1 정도로 가볍고 강도는 10배 정도이다. 원료에 따라 폴리아크릴로니트릴(이하 PAN)계, 피치계, 레이온계로 분류한다. 보통 PAN계와 피치계가 주로 상용화되는데 방사-탄화-흑연화-표면처리와 같은 제조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탄소복합재는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이하 CFRP)이라고 부르는 형태로 사용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탄소복합재가 가장 많이 소요되는 분야는 우주항공 분야이다. 대형 항공기 역시 유연한 형태에 가볍고 강하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용비용이 대폭 하락한다. 일본 탄소섬유 협회는 비행기 기체 구조 중량에 50% 탄소섬유를 적용하면 20% 경량화가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곧 연료사용량 감소는 물론 친환경 효과까지 얻을 수 있게 된다. 항공기용 탄소섬유는 일반적으로 프리 프레그를 사용해 부품을 성형한다. 프리 프레그를 여러장 쌓아 압력과 열을 가해 매트릭스 수지를 경화시켜 성형한다. 이 CFRP는 적층판상 구조로 되고 층간에는 탄소복합재가 지나가지 않는다.

항공기 외에 우주용으로 탄소섬유는 매우 훌륭한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고압에 견뎌야 하고 무게는 가벼워야 하는 발사체 로켓에 탄소섬유는 이상적인 재료이다. 금속재료에서 탄소섬유 복합재료로 바뀌는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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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구조용 재료로 사용하면 외부 충격을 완화시켜주면서도 진동이 적어 안락하다. 또 피로 파괴가 일어나지 않아 장기간 사용할 수 있고 모양 변경도 쉬워 자신만의 개인용 자동차에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자동차 연비규제와 같이 경량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은 탄소복합재 성장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미 일본, 독일, 미국 자동차회사는 탄소복합재를 사용해 차체 중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강도 안전성까지 확보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업체는 탄소섬유강화복합재로 자동차 부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2014년에 시판했으며 고급승용차에도 본격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2020년 전에 실제 생산분에 적용하기 위해 관련 기술을 연구 중이다.

건축 구조물에도 유용하다. 탄소복합재가 본격적으로 사용되면 벽의 형태를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으면서도 기둥을 줄일 수 있어서 지금보다 높고 복잡한 형상의 건축물도 실용적으로 만들어 도심 외관을 바꿀 수 있다.

각종 기계설비나 부품에 활용하면 가볍고 튼튼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탄소복합재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현재 세계 탄소섬유 시장은 크게 일본기업(도레이, 미쓰비시레이온)과 미국기업(헥셀)이 양분하고 있으며 그 뒤로 대만, 독일이 뒤따르고 있다. 일본 도레이는 한국(도레이첨단소재) 구미공장에서 연산 4700톤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다.

넘어야 할 산은 가격과 품질 균일성이다. 탄소복합재는 기존 소재보다 가볍고 강하므로 수송기기, 고압용기, 우주,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가격을 낮추려면 값싼 탄소 원료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지만 값싼 원료는 불순물이 많고 육각형 탄소결합도 불충분하다. 가격을 낮추는 다른 방법은 탄소섬유, 나노탄소와 고분자수지와 복합재를 만드는 공정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탄소섬유강화복합재 부품을 만들려면 고온과 고압에서 2시간가량 유지해야 하는데 이 시간을 줄이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탄소복합재는 주로 기존 금속제품을 대체하는 대안 재료로 활용돼 가격이 15% 정도만 낮아져도 수요가 2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저가 탄소섬유를 개발하거나 탄소섬유강화복합소재를 제조하는 저가 공정이나 생산성 향상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다. 특히 탄소섬유 가격을 지금보다 절반가량 줄이는 기술이 개발되면 자동차에 본격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 시장 규모가 현재보다 수십배 수준으로 급증할 수 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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