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결국 알파고가 돌을 거두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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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전체의 수소 원자 수는 약 10의 80승개다. 우리 세계에서 ‘손꼽을 수 있는’ 수로는 최대다. 이보다 더 큰 수가 있다. 바둑에서 조합하는 경우의 수는 10의 360~800승개다. 사실상 무한대에 가깝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바둑 프로기사 이세돌 9단의 경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랜드챌린지’라 불리는 이 경기에서 알파고의 약점은 세 가지로 거론된다.

우선 ‘형세판단’이다. 국면 전체를 고려하고 우세와 열세를 가늠하는 능력이다. 바둑에서 상대보다 한 걸음 앞서려면 정확한 형세판단은 필수다. 보통은 게임 중반부터 세밀하게 이뤄진다. 형세판단에는 창의성을 결합한 창조적 대세관 등이 어우러진다. 그런 만큼 단기간에 익힐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대세점’이라는 것도 있다. 초·중반의 흐름을 좌우하는 수다. ‘이 한 수’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안목은 초반 포석과 반상 전체를 얼마나 구조적으로 이해하느냐에 달렸다. 판 전체를 조망하는 지식이 녹아야 한다. 기사의 본능에 따른 승부 감각, 즉 직관과 연결된다.

‘승부수’는 어떨까. 불리한 순간을 맞을 때 기사는 승부수를 던진다. 주로 정수가 아닌 무리수를 이용한다. 상대를 흔든다. 어차피 불리한 국면이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알파고 역시 자신이 불리하다고 판단하면 승부수를 던질까?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포석’도 있다. 요술쟁이라 불리는 ‘패싸움’도 변화무쌍한 게임 단골 메뉴다.

이들은 모두 수리적 판단과는 먼 개념이다. 컴퓨터가 알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분류된다.

물론 알파고가 주머니에 숨긴 무기도 있다. 탁월한 수읽기와 계산 능력은 범접을 불허한다. 인간의 감정으로부터 자유롭다. 그만큼 실수가 적다.

알파고는 수많은 데이터를 토대로 ‘강화학습’을 한다. 시행착오 과정을 거쳐 스스로 실력을 기른다. 그리고 판단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공부한다. 5년 뒤면 인공지능이 최정상급 바둑기사를 제압한다고 개발자는 확신한다. 이대로라면 어느 순간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고 인간의 능력을 넘어설지도 모른다. 알파고뿐만이 아니다. 자율주행차와 로봇 등 여러 분야에서 알파고 동기생들이 성장한다.

알파고는 바둑을 통해 세간의 이목을 끈다. 하지만 흥밋거리 그 이상이다. 인간에 근접하는 인공지능시대 서막을 알렸다. 우리를 패러다임 변곡점으로 이끌었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다.

우리는 변화를 맞을 준비조차 못했다. 아직도 인공지능이 인간 조력자가 될지 도전자가 될지 확신하지 못한다. 인공지능 역할과 의무에 대한 고찰은 미뤄 놨다. 그들 손에 얼마만큼 판단 권한을 쥐어 줘야 할까. 그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똑똑해질지도 막연하다.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가 먼저 돌을 던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알파고가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치 않다. 오늘 인간이 설계한 인공지능이 인간 최고 두뇌와 대등하게 마주앉는다. 그 사실 자체가 충격이다.


윤대원 SW콘텐츠부 데스크 yun197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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