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정유4사 석유제품 생산, 수출량이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역사적 저유가로 석유제품 소비량이 급증하면서 기존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저유가로 매출은 줄었지만 소비가 늘어난 결과로 ‘물보다 싼’ 원유 가격이 결과적으로 득이 됐다.
◇저유가에 정유업계 기록 잔치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원유 총 수입량은 전년 대비 9.5% 는 총 10억2621만배럴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원유 수입량이 10억배럴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2011년 9억배럴을 넘어선 뒤 줄곧 정체된 모습을 보여왔다. 정제량도 10억1576만배럴로 최고치를 찍었다.
수입 증가는 생산량 증가로 이어졌다. 석유제품 생산량은 전년 대비 8.7% 늘어난 11억2004만배럴을 기록해 역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비중이 가장 높은 휘발유, 경유, 항공유 생산량이 각각 8.5%, 6%, 10.9% 증가해 전체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 석유화학 연료 나프타 생산량은 전년 대비 15.6% 늘어나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해 저유가로 석유제품 소비가 급증한 결과다. 지난해 우리니라 도입 물량 중 80%가 넘는 두바이유 현물가는 연간 40%가량 하락해 배럴당 30달러대로 주저앉았다. 수송, 가정용 수요가 급증했고 산업용 연료 시장에서 액화천연가스 등 경쟁연료 자리까지 꿰찼다.
이로 인해 정유사 석유제품 내수 판매량은 전년 대비 4.1% 늘어난 8억5506만배럴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휘발유·경유 소비는 각각 4.2%, 7.9% 늘어 저유가가 운행량 증가로 이어졌음을 입증했다. 항공유도 유류할증료 인하에 따른 이용객 증가로 7.5% 증가했다. 가격 경쟁력 회복으로 나프타도 전년 대비 3.8% 소비가 늘었다.
◇마진 강세에 여전히 수출 효자
지난해 정유4사 석유제품 수출 물량은 총 4억7739만배럴로 사상 최대였다. 종전 최고치인 2014년 4억4882만배럴에 비해 6% 늘었다. 지난 2011년 이후 5년 연속 4억배럴 이상 수출 실적을 이어갔다.
총 수출액은 300억6377만달러로 전년 대비 38.6% 감소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한 제품 가격 하락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우리나라 총 수출액 감소 원인으로 지목받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내실이 높았다. 지난해 정제마진이 최근 몇년동안 최고 수준으로 올랐고 원유 도입 가격 또한 하락했기 때문에 무역수지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해외에서 트레이딩(벙커링)물량을 포함하면 전체 생산물량의 48%가량을 해외에 내다 팔았다. 수출 대상국가도 2014년 55개국에서 지난해 66개국으로 늘어났다.
정유4사 지난해 매출·영업이익은 각각 107조5990억원, 4조7926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3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연간으로는 6조9000억원을 벌어들인 2011년 이후 최대다. 2014년 4사가 총 7510억원 손실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5조5000억원가량을 개선한 셈이다. 수출 비중을 절반으로 가정하면 전년 대비 2조원가량 수출 효과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마진이 좋다고 해도 판매 물량이 많아야 이익을 낼 수 있는 것”이라며 “단순 계산으로 수출물량에다 마진을 곱한 지난해 수출물량이 원유 도입가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저유가에서도 석유제품이 수출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정유사 석유제품 수출물량 (단위:천Bbl / 자료: 한국석유공사)>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