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시 비상 전원을 공급하는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와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에너지저장장치(ESS) 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이차전지를 동력으로 하는데다 전력제어 기술 고도화로 ‘UPS의 ESS화’가 가능해졌고, 정부가 최근 UPS만 가능했던 일반 시설물 비상전원장치로 ESS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전통 UPS와 ESS 간 시장 경계가 무의미해질 전망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중전기기 업체들이 최근 모듈형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업체들은 용량 확장이 용이한 장점을 살려 UPS에 ESS 기능을 장착하는 추세다. 모듈형 UPS는 기존 제품과 달리 자유자재로 일정 단위 출력 및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 있다. 때문에 추가 증설에 따른 설비비 절감은 물론이고 공간 활용에 뛰어나다. 제품 설비에 따라 최대 수십 ㎿급까지 용량 확대가 가능해 UPS 용도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는 ESS로도 활용할 수 있다. 전기요금이 저렴한 심야 전기를 저장했다가 시설물 엘리베이터, 실내조명용 전기에너지 등에 사용할 수 있다.
글로벌 업계 선두인 에머슨·슈나이더 등이 모듈형 UPS 제품에 ESS 기능을 추가하거나 장착했다. 또 중소기업 이온과 에스엔지파워도 국내 업계 최초로 ESS 기능을 지원하는 UPS를 개발하고,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모듈형 UPS는 기존 UPS보다 무게가 30~50% 적은 모듈로 설계됐다. 사업장 필요에 따라 수십 ㎾ 용량부터 수십 ㎿급 설비를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 여기에 각 모듈은 핫스왑(Hot-Swap) 기능이 있어 고장 시 주전원을 단전하지 않고, 빠르고 안전하게 장애 모듈을 교체하거나 유지보수할 수 있다. 또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모듈마다 충·방전 등 전력 제어 기능은 물론 주로 UPS에 사용됐던 납축계 배터리뿐 아니라 사업장 환경에 따라 부피가 작은 리튬이온 배터리도 장착할 수 있다.
에머슨은 단위 출력용량 300㎾ 모듈형 UPS를 지난해 출시했다. 최대 10개 모듈을 붙일 수 있어 자체로만 3㎿급까지 증설 가능하다. 여기에 별도 배전공사를 통해 병렬연결로 24㎿ 규모까지 키울 수 있다.
중소기업 이온은 300㎾급 모듈형 UPS를 하반기 출시한다. 이 제품은 최대 6개 모듈 추가가 가능하며 병렬 연결하면 최대 14.4㎿까지 증설할 수 있다. 에스엔지파워도 지난달 모듈형 UPS 제품을 출시한데 이어 ESS 기능을 추가한 모듈형 제품을 연내 출시 예정이다.
김익동 에머슨 상무는 “대량 UPS를 설치 운영 중인 곳에 기존 UPS에 ESS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UPS 고유 기능뿐만 아니라 전력부족시 ESS 기능을 병행함으로써 설비 중복투자 방지가 가능하다”며 “특히 반도체 공장이나 데이터센터 등 전력다소비 사업장에 유리한 것은 물론이고 태양광발전 연계나 전력 수요자원(DR) 등 국가 전력난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모듈형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 시장 현황(자료:각 사 종합)>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