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인천정보산업진흥원과 인천경제통상진흥원을 해체해 인천테크노파크로 흡수 통합한다는 방침을 확정하고 조례 개정에 나섰다.
3월 임시회에 ‘인천테크노파크 설립 및 지원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상정하고, 의회를 통과하면 이를 근거로 인천정보산업진흥원과 인천경제통상진흥원 해산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자산을 인천테크노파크에 이관했을 때 발생하는 세금 문제도 검토 중이다. 6월까지 모든 절차를 마무리 하고 7월 중에 새로운 통합법인 ‘인천경제산업테크노파크(가칭)’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인천시가 그동안 물밑에서 작업해 온 경제기관 통·폐합을 수면위로 끌어 올리면서 불가능해 보였던 경제분야 공공기관 통·폐합이 현실로 다가왔다. 물론 아직도 통·폐합 강행에 많은 의문이 남는다. 명분도 실익도 없는 무리한 통·폐합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통·폐합 배경과 전망을 살펴보았다.
◇명분은 업무효율 제고
인천시가 내세운 통·폐합 명분은 업무효율 제고다. 중복 기능을 하나로 묶어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특화 기능은 강화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지원 기능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체계화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세 기관을 하나로 통합하면 관리 비용은 일부 줄일 수 있다. 우선 기관장 자리 두 개가 사라지는 것은 확실하다. 박현수 인천시 대변인은 “가장 중요한 통·폐합 효과는 업무효율성 제고”라며 “예산절감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테크노파크와 정보화진흥원, 경제통상진흥원이 모두 중소기업 지원기관이라 중복 사업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는 기관 간 협의만으로도 언제든 해소할 수 있는 문제다. 통·폐합을 추진할 정도의 노력이면 업무 조율을 하고도 남았다. 통합 대상 기관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김상룡 인천정보산업진흥원장은 “인천시가 왜, 어떻게 하려는지 아는 것도 없지만 자리가 없어지는 마당이라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면서도 “통·폐합은 해당 기관은 물론이고 중소기업과 출연 부처에서도 원하지 않은 방향이었다”고 씁쓸해 했다.
특화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기관을 통·폐합 한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특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능을 분리해 독립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야 차별성 있게 전폭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타 지자체는 ICT 및 문화콘텐츠 산업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테크노파크와 다른 기관에 있던 기능을 떼어내 별도 기관으로 독립시키는 추세다.
◇실익보다는 부작용 우려
실익보다는 무리한 통·폐합으로 인한 부작용만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통·폐합으로 산하 공공기관 운영비는 줄일 수 있겠지만 향후 미래부와 문화부 자금 지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미래부가 산자부로 넘어간 기관을 계속 챙기겠느냐”며 “결국 손해 보는 것은 인천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종훈 인천정보산업진흥원 본부장은 “통·폐합이 되면 진흥원은 본부조직으로 개편돼 업무를 지속하기 때문에 진행 중인 과제는 지속하겠지만 향후에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인천에 돌아오는 파이가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냉정하게 대처할 방침이다. 서성일 미래부 SW진흥과장은 “인천시가 소속 기관을 통폐합하는 것은 고유 권한”이라며 “SW와 ICT 기반 사업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더 이상 지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인천시가 아직 최종 계획과 미래부 요구에 대한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며 “미래 사업은 알아서 하더라도 과거 사업과 통합기관 운영방안은 미래부와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만 낙관적이다. 기관은 통합하더라도 업무는 그대로 유지하니 바뀔 게 없다는 시각이다.
박현수 대변인은 “우려가 잇을 수 있으나 나름대로 준비해서 추진하면 크게 걱정할 것 없다”며 “기존 업무를 계속 가져갈 것이라 중앙 부처가 지원을 끊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불확실한 통·폐합 배경
인천시가 해당 부처 반대에도 통·폐합을 밀어붙인 배경에 아무도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조상모 인천시 통합 실무 TFT 담당관은 “원칙이 정해졌기 때문에 주어진 업무를 추진할 뿐 통·폐합 배경과 향후 일정은 아는 바 없다”고 발을 뺐다.
박현수 인천시 대변인도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는 것으로 봐야한다”면서도 “나중에 별도로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유정복 시장 의지가 그만큼 강력했을 것이라는 추측만 나온다. 이미 행자부에 지자체 우수혁신 사례로 보고한 사안이라 번복하기 힘들 것이라는 뒷얘기도 들린다.
인천시는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통·폐합을 추진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관내 중소기업 의견수렴 절차는 형식적으로 슬그머니 넘어갔다. 접근이 뜸한 연말에 시청 홈페이지에 잠시 공지를 올려놓은 것이 전부였다.
TFT 관계자는 “공공혁신단에서 공청회를 했다고는 하는데 자신은 아는 바 없다”며 언급을 피했다.
한편 인천테크노파크가 인천정보산업진흥원과 인천경제통상진흥원을 흡수해 새로 출범하는 ‘인천경제산업테크노파크’는 전체 인원이 175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이다. 연간 예산도 1207억3300만원에 이른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