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힉스입자가 50년 만에 발견돼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이번엔 100년 만에 중력파가 발견된 것입니다. 노벨상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고들 얘기합니다. 연구에 크게 기여한 3명 정도가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예측한 중력파가 탐지됐다. 중력파는 ‘중력에 따른 시공간의 물결’을 말한다. 초신성 등이 폭발할 때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번 중력파 탐지에 참여한 연구원은 20여명이다. 강궁원 KISTI 대용량데이터허브실 책임연구원도 참여했다.
강 책임연구원은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KGWG, 단장 이형목) 초창기 멤버다. 우리나라 중력파 연구집단이다. KGWG는 라이고중력파검출실험국제공동연구단(LSC: LIGO Scientific Collaboration)으로부터 지금까지 다섯 차례 평가를 받았다. 모두 통과했다.
강 책임연구원은 “중력파 검출에 투입된 연구원이 세계에서 1000명이 넘는다”면서 “연구원이 대거 참여해야만 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최근 과학경향”이라고 지적했다.
“중력파 천문학이 이제 시작됐습니다. 중력파를 컨트롤하게 되면 엄청난 변화가 올 것입니다. 새롭게 우주를 바라보는 ‘눈’이 생기는 일이죠. 예를 들어 전파 망원경으로 볼 수 없던 블랙홀 쌍성계를 볼 수 있게 됩니다. 우주 시작을 다른 눈으로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확보된 것으로 보면 됩니다.”
인류가 블랙홀과 우주탄생 비밀에 한 걸음 다가선 셈이다. 강 책임연구원은 “아인슈타인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중력파 존재를 거론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라며 “우린 실제 실험으로 그걸 밝혀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KISTI는 라이고 자료 분석에 클러스터로 구축돼 있는 840 CPU 코어를 사용했다. 일반 노트북 300~400배인 150테라바이트를 처리했다. 지금도 120테라바이트에 해당하는 자료를 쌓아 놓고 분석하고 있다.
“이 자료는 정말 돈 안들이고 가져온 것들입니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자료입니다. 우리가 LSC 회원이 됐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강 책임연구원은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 지원 덕분에 컴퓨팅 자원 활용 등에서 큰 어려움 없이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중력파를 탐지한 만큼 이제 우리나라도 지원이 좀 더 본격 이루어졌으면 한다는 말도 내놨다.
대전=박희범 과학기술 전문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