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국가 융합연구도 특허전략 시대.’
특허청 ‘국가 융합연구 특허전략지원사업’(이하 특허전략지원사업)이 정부출연연 등 과학기술계로부터 호평받고 있다.
특허전략지원사업은 국가 차원에서 추진 중인 융합연구사업 성과를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R&D) 전 과정에 특허전략을 연계한 신개념 R&D 지원사업이다.
그간 막대한 양적 성과를 창출했음에도 질적 수준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온 출연연 특허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출연연은 연구성과 활용·확산 전략이 미흡해 갈수록 특허 휴면율이 증가하고, 기술료 수입이 감소하는 현상을 보였다.
‘장롱 특허’로 불리는 특허 휴면율은 2013년 66.4%에서 2014년 68.6%, 2015년 6월 71.6%로 늘어났다. 특허 관리비(출원·등록·유지)도 증가했다. 2012년 375억원, 2013년 449억원, 2014년 470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반면에 기술료 수입은 2012년 907억원, 2013년 843억원, 2014년 802억원으로 추락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출연연이 공급자적 시각에서 특허 획득에만 집중한 결과다.
특허전략지원사업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대형 융합 연구 전주기에 걸쳐 R&D·지식재산(IP)·사업화로 이어지는 유기적 통합을 통해 연구성과 활용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특허청은 지난해 하반기 실시한 시범사업을 통해 정부출연연으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공동으로 지난해 총 40억원을 들여 11개 융합연구단에 대해 특허전략지원사업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융합연구는 향후 시장성 및 파급력이 큰 기술로, 조기에 핵심·원천 특허 확보가 관건이다.
김태만 특허청 산업재산정책국장은 “그간 장기간 소요되는 중대형 R&D 전 과정에서 특허 및 사업화 전략 연계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많았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회와 손잡고 융합연구 전 주기에 걸쳐 특허 전략과 연계된 새로운 R&D 모델을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단별 특허전략전문가·특허법인 등으로 전담팀을 구성해 6~9개월간 특허를 분석하고, 연구방향 설정·검증, 핵심 특허 대응 전략 수립, 신규 아이디어 창출 등을 지원했다.
성과도 뚜렷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주관 ‘사물인터넷(IoT)기반 도시 지하 매설물 모니터링 및 관리시스템 기술 개발 과제’는 핵심·원천 특허기반 UGS(UnderGround Safety) 기술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전체 시장 특허 및 환경을 분석해 R&D 방향을 제시하고, 핵심특허 24건과 향후 대응 전략 방안을 도출했다.
한국화학연구원 주관 ‘에너지 및 화학연료 확보를 위한 융합 플랜트 핵심 기술 개발 과제’는 주요 특허 분석·정리 132건을 통해 6개 기술 분야 대상 주요 기술을 추출하고, 주요 경쟁자 IP구축 전략을 분석했다. 핵심 특허 6건을 심층 분석해 대응방향을 제시하고, 신규 아이디어 2건에 대한 선행기술 조사 및 출원 전략도 함께 제시했다.
박용기 CCP융합연구단장(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특허전략지원사업을 통해 주요 경쟁자 기술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며 “그 결과 기존 기술과 어떻게 차별화해야할 지, 우리만의 독점권을 어떻게 확보할 지에 대한 명확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주관 ‘멀티스케일 3차원 이미징을 위한 융합 현미경 개발 과제’는 멀티 스케일 융합현미경 관련 R&D 방향을 제시하고, 신규 지식재산권 8건을 창출한 케이스다. 핵심 특허 대응 전략을 8건 도출하고, 특허 데이터베이스(DB)도 구축했다.
조복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자현미경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후발주자다. 특허전략지원사업을 통해 그동안 막연히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독점권으로 확보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특허전략에 기초해 앞으로의 R&D 방향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허청은 올해 특허전략지원사업 대상을 23개 융합연구과제 전체로 확대하고, 융합연구단 특성과 연구주기를 고려한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융합연구 초기에는 원천·핵심 특허 확보 관점의 R&D 방향 설정, 경쟁사 핵심 특허 대응 방안 등을 마련하고 중기에는 환경변화에 따른 특허전략 고도화 및 고품질 특허 확보를 지원한다.
후기에는 기술이전·창업·라이센싱 등 맞춤형 기술사업화 전략을, 사업화 이후에는 확보한 지재권에 대해 정기적인 시장성·권리성 평가에 기반한 자산실사와 사업성과 등을 분석할 계획이다.
김 국장은 “특허정보를 잘 분석하면 불필요한 중복투자를 막고 최적의 연구방향을 설정해 R&D 자체를 효율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발된 기술을 고부가가치 특허로 확보해 기술이전·사업화 성과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올해 지원 규모를 늘리고, 융합연구단에 안정적 특허전략 등을 지원하는 총괄전담기구를 구성·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융합연구 전 주기 특허전략 지원 체계 >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