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 (4)할리우드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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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솔(假〃). 거짓 가, 내던질 솔. 중국말로 ‘할리우드 액션’이다. 포털사전에서는 ‘축구에서 선수가 경기 중 페널티킥을 유도하기 위해 넘어지는 행동으로 심판을 속이는 것’으로 나온다.

‘할리우드 액션’은 ‘연기력 좋은’ ‘남을 완벽하게 속이는’ ‘환상을 진짜처럼 만드는’ 거짓세계를 일컫는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활동하는 할리우드가 이런 의미로 쓰였다.

진짜 할리우드 이야기를 하자. 할리우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 규칙과 법칙, 만물을 만든다. 상상력대로 만드는 창조 세계다.

할리우드는 상상력 놀이터다. 상상은 현실이 된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는 어린이 머릿속 상상을 재현한다. 한쪽엔 초콜릿 폭포가 흐르고, 움파르파족이 용머리 모양을 한 설탕 보트를 타고 초콜릿 강을 건넌다. 강가에는 꽈배기 사탕이 열리는 나무와 민트 설탕 풀이 자란다.

얼마나 경이적인 상상인가.

한 경영학자는 할리우드를 “이곳에서 노동 유연성은 놀랍기만 하다. 이곳에서 모든 웨이트리스는 신인 여배우고, 모든 주차관리원은 극작가다”라고 분석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엔딩크레딧(Ending credit)을 다시 보자. 제작지휘, 감독, 영화음악, 작사, 제작, 시각효과, 특수효과, 촬영, 안무, 분장 및 미용, 애니매트로닉스, 길게 이어지는 배역. 그리고 내레이터, 무대장식, 미술감독, 카메라, 대본, 비디오, 음향믹서 담당자가 2분 넘게 소개된다.

이들은 프로젝트에 따라 동업자로, 계약자로 공동으로 작업하고 흩어진다. 지극히 유연하다. 이런 시스템이 만들어 지기 전 배우와 연출자, 기술자는 스튜디오에 고용된 노동자였다. 이들은 다른 스튜디오 영화에 출연하기 어려웠다. 지금 할리우드는 스튜디오 시스템을 버리면서 성장했다.

세계적 제약사 엘리 릴리(Eli Lilly)는 2011년에 이노센티브(InnoCentive)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당시 제약산업은 치솟는 연구비에 휘청거렸다.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 방식을 도입한다. 회사 안에서 개발해야 내 것이라는, 내 기술이 최고라는 고정관념을 버렸다.

이노센티브는 연구소 밖에서 솔루션을 가진 사람을 찾았다. 기술을 개발하는 대신 그것을 가진 사람을 찾는다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루게릭병의 바이오마커, 우주공간에서 세탁, 감자칩 위에 글자찍기 등. 그 사람이 전문가든 아마추어든 상관 없었다. 이노센티브는 고작 160여억원으로 수천개 솔루션을 발굴했다. 할리우드 모델과 이노센티브는 닮았다.

체스브로 교수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주목받은 경영서 중 하나다. 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외부 아이디어와 기술을 활용하고, 활용하지 않는 아이디어와 기술은 다른 기업이 활용토록 한 혁신패러다임이다.

테슬라는 특허를 공개했다. 사용자가 많아지면 제품 가치도 올라간다는 네트워크 외부성 원리가 적용된다. 페이팔 창업자 앨런 머스크에게도 ‘개방’과 ‘협력’은 중요한 성공원리였다. 공개하면 확산하고 융합한다. 그것이 할리우드 방식이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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