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진단①] 틴탑, 팬덤으로 이룩한 ‘그들만의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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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티오피미디어제공

그룹 틴탑(캡, 니엘, 리키, 엘조, 창조, 천지)의 ‘사각지대’가 최근 방송한 케이블채널 SBS MTV 음악프로그램 ‘더 쇼 시즌5’와 KBS2 ‘뮤직뱅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달 18일 새 미니 앨범 ‘레드 포인트(RED POINT)’ 발매 후 2주도 안돼 이룬 성과로, 틴탑 멤버들과 팬들은 정상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틴탑의 음악방송 1위를 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현재 멜론, 지니, 올레 등 총 6개의 국내 주요 음원 주간 차트에서 틴탑의 노래는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있다. 그나마 엠넷 주간 차트에서 42위에 올랐고, 벅스에서는 97위로 간신히 100위권 이내에 걸쳐있는 상황이다.

특히 컴백 당일 오전에도 틴탑의 ‘사각지대’는 멜론 실시간 차트 40위, 벅스 뮤직 36위, 네이버 뮤직 30위, 엠넷 14위, 올레뮤직 17위, 소리바다 28위, 지니 48위에 머무른 바 있다. 올해 데뷔 7년 차를 맞는 인기 보이그룹의 성적이라기에는 다소 초라한 수치였다.

음원차트에서 이름을 찾아보기도 힘든 틴탑이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음반판매량과 SNS 및 홈페이지 투표, 실시간 문자 투표의 힘이 컸다. 이 세 가지는 팬덤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요인으로, 틴탑의 1위는 순전히 팬들이 직접 만들어 준 결과임을 확인할 수 있다.

‘더 쇼’의 순위 집계는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사전 집계를 진행해 각각 50:50 비율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가장 높은 포인트를 얻은 세 팀이 1위 후보에 오르게 되고, 사전점수, 한국 실시간 문자 투표, 중국 홈페이지 투표를 합산해 최종 1위를 뽑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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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BS2 '뮤직뱅크' 방송 캡처

팬들의 인기투표가 순위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더쇼’와는 달리 ‘뮤직뱅크’는 디지털 음원 65% + 음반판매 5% + 방송횟수 20% + 시청자 선호도 조사 10%의 합산 방식으로 순위가 정해진다. 따라서 상위권에 오르기 위해서는 음원 성적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그럼에도 음원 차트에서 이름을 찾기 어려운 틴탑의 ‘사각지대’가 ‘뮤직뱅크’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의문이 가는 부분이다. 특히 음반판매 비중이 5%밖에 되지 않는 순위 집계 방식에서 틴탑의 음반 판매 점수는 함께 1위 후보에 올랐던 수지&백현의 ‘드림(Dream)’과 무려 4,700점 가까이 차이 났다.

또한 현재 여러 음원 차트에서 상위권에 올라있는 ‘드림’은 65%가 반영된다는 집계 방식에도 불구, 사각지대와 3,600점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이와 같이 애매모호한 기준의 점수 산출 방식은 시청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부진한 음원 성적과는 달리 틴탑은 음반 판매량에서는 높은 순위에 올라 있다. 이는 충분히 의미 있는 기록이지만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쉽게 찾아 들을 수 있는 음원이 보편화된 현대 사회에서 대중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없다. 특히 음반 판매량에 비해 음원 성적이 현저히 낮다는 것은 틴탑의 노래를 좋아하는 대중들보다 틴탑 멤버들을 사랑하는 팬들이 더 많음을 유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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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BS2 '뮤직뱅크' 방송 캡처

틴탑 멤버 천지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등을 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올해는 더욱 대중성 있는 그룹이 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천지의 바람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인다.

특히 지난달 31일 방송한 KBS2 ‘개그콘서트-호불호’ 코너에 출연한 틴탑은 호기롭게 “우리 노래 아는 분들 팬클럽 가입하자”고 말했지만 정작 관객들 중 틴탑의 노래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음악방송 1위는 분명 가수에게 영광스러운 타이틀이지만 무늬뿐인 1위는 단순한 기록에 불과하다. 틴탑이 지금보다 더욱 많은 인기를 얻고, 오랜 활동을 펼치려면 대중들의 마음에 와 닿는 결과물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윤지 기자 (li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