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 주연 영화 ‘파 앤드 어웨이’를 보면 서부 개척기 시대 땅을 소유하는 독특한 방식이 등장한다.
아일랜드에서 가난과 억압에 시달리던 소작농 아들이 영화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아침부터 말을 달려 저녁에 해질 무렵까지 깃발을 꽂고 돌아오는 땅을 차지한다.
서부 개척기는 가난하고 힘들었던 이들에게 꿈을 안겨준 아메리칸 드림의 시작이었다.
서부 개척기 땅 소유 방법은 2000년대 인터넷을 통해 그대로 재현된다. 주인도 없는 광활한 사이버스페이스에 먼저 도착하고 깃발을 꽂는 자가 주인이다.
누구나 꿈이 있다면 도전할 수 있었다. 수많은 벤처가 인터넷에서 꿈을 키웠다. 그들이 지금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다.
우리나라는 서부 개척기와 같은 인터넷 혁명에서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 다소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출발이 너무 늦었고 또 중요성을 깨달았을 때는 글로벌 기업이라 불리는 거대 지주가 이미 대부분 땅을 차지한 후였다.
다행스럽게도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은 서부 개척기 땅 분배 역사가 가상현실을 통해 다시 시작될 조짐이다. 가상현실이 꿈과 비전을 가진 자를 초대한다.
가상현실은 한계가 없는 무한한 공간이다. 꿈을 꾸는 대로 영토가 넓어지는 영원한 블루오션이다.
2016년은 가상현실 산업 상용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상현실 기술이 게임이나 영화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물론이고 교육, 관광, 의료, 상거래, 건설, 국방 등 경제 전반에 전방위적으로 적용된다.
가상현실은 침체된 기존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융합 신산업과 양질 일자리를 쏟아낼 것이다. 새로운 신대륙이 열린다. 광대한 시장이 만들어 질 것이다.
사실 그간 문화 콘텐츠와 ICT 결합은 새로운 성장 동력임이 분명함에도 생각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못했다. 괄목할 만한 성과가 많지 않은 것도 현실이었다.
금융과 ICT 결합, 헬스케어와 ICT 융합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상현실이 지지부진한 융합산업에 촉매제가 될 수 있다.
1월 미국 가전박람회 CES를 다녀온 사람들은 새로운 ICT 신대륙에 대한민국은 없다는 충격을 한목소리로 전했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알려주는 경고음이다.
이런 위기감과 무력감이 우리를 짓누르는 이 때에 미래부가 구원투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가상현실 산업 육성에 3년간 1800억원을 투입하고 가상현실 유통 플랫폼 구축, 실시간 360도 영상 구현, 모듈형 시뮬레이터 개발 등과 같은 대형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영세한 국내 VR콘텐츠 기업은 자신의 땅을 차지하기 위해 길을 나서는 서부 시대 개척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진심으로 환영할 일이다.
정부 자금 지원 방식이 소위 ‘생계지원형 복지 혜택’에서 글로벌 생태계 구축을 위한 선진형 지원 모델로 진화했다는 점에서 기대가 더욱 크다.
강력한 ‘점프 스타트’를 통한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 많은 참여자들이 자생력을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방식을 지향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 실효성이나 지속성 측면에서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가상현실이 우리나라 인력과 산업이 잘할 수 있는 분야라는 점은 분명하다. 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에 목말라하고 청년들이 양질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이 절박한 시기에 가상현실은 분명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길이다. 가상현실이 한국이 처한 현재 위기를 돌파하는 선봉에 설 수 있다.
새롭게 열리는 신대륙 개척 역사 주역이 되도록 산업과 학계 그리고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한다.
새로운 기회의 땅에 태극기를 반드시 꽂을 수 있도록 말을 달려 힘차게 앞으로 나갈 때다.
현대원 한국VR산업협회장(서강대 교수), dhyun@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