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이 이제 단순 투자사가 아닌 스타트업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변신하고 있다.
초기기업 전문투자회사 더벤처스는 최근 한 한의원과 제휴를 맺고 피투자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힐링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뇌 피로를 해소하고 안정된 호흡을 유도하기 위해 고농도 산소가 함유된 한약수와 공진단 처방, 순환침 시술이 차례로 제공된다. 더벤처스 직원을 포함해 30개 파트너사의 300여명 직원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매월 4회까지 더벤처스가 비용을 전액 부담한다. 본인이 원하면 힐링프로그램 대신 일반적인 통증 치료와 침구 치료로 전환해 받을 수 있다. 불규칙한 생활 패턴과 업무 스트레스로 피로를 호소하는 투자 스타트업 직원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다.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는 “직원이야말로 스타트업의 가장 핵심적 자산인 만큼 직원 건강 관리는 회사의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벤처캐피털과 초기기업 전문 투자회사들이 투자기업에 대한 처우가 확 달라졌다. 단순 투자 회수에 목적을 두었던 데서 벗어나 회사 운영을 지원하는 장기 파트너 역할을 자처한 셈이다.
더벤처스만이 아니다. 사업상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최고경영자(CEO)나 최고기술책임자(CTO)에게 사람을 소개시켜주는 것은 물론이고 법률 자문이나 조언을 위한 강좌를 마련해 스타트업 힘을 복돋워 준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가 CEO를 지냈던 케이큐브벤처스도 같은 사례다. 케이큐브벤처스는 성장단계별로 스타트업을 돕는다. 핵심 개발자 충원부터, 경영진 영입, 대기업과 계약 관리와 제휴 체결, 해외진출, 추가 투자유치를 지원한다. 매달 네트워킹 데이도 연다. 피투자기업 임원과 케이큐브벤처스 임직원은 물론이고 멘토(조언자)를 만나는 자리다. 사업을 하다보면 맞닥뜨리는 세무·법무·회계·홍보·마케팅 이슈도 직접 챙겨준다.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역시 격월로 네트워킹 데이를 연다. 스타트업이 서로 친분을 쌓고 멘토와 만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들 외에도 매쉬업엔젤스, 본엔젤스 등도 피투자사와 동반자로서 홍보·마케팅 등 경영 업무를 지원해준다.
이들의 공통점은 성공한 1세대 또는 2세대 벤처 대표가 대표를 맡거나 투자에 참여한 투자사다. 누구보다 창업 초기와 성장단계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세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누구보다 창업과 기업 성장의 어려움을 잘 아는 벤처 1, 2세대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투자가 이뤄지면서 스타트업을 단순 투자 대상이 아니라 업종 후배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투자사로부터 조언을 얻으면서 성장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 코스닥 전문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