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토요타가 국내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전용차 맞대결을 앞두고 기싸움이 치열하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HEV)는 출시 15일 만에 950대 가량 판매, 예상보다 높은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토요타는 지난해 12월 일본 출시 한 달 만에 10만대 계약을 따내며, 명성을 과시했다.
곽진 현대차 국내영업담당 부사장은 20일 서울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아이오닉 HEV 시승회’에서 기자와 만나 “아이오닉은 지난 19일까지 사전계약과 본계약을 포함해 총 950대 가량 판매됐다”며 “쏘나타, 아반떼 같은 볼륨모델이 아닌 친환경차가 당초 예상보다 가파른 판매추세를 보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아이오닉은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 진행한 사전계약에서 502대, 14일부터 19일까지 448대 판매됐다. 현대차는 올해 내수시장에서 아이오닉을 1만5000대 판매할 계획이다. 월 평균 1250대를 판매하겠다는 것. 현재 추세하면 이달에만 약 2000대 가량 판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해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1위를 기록한 쏘나타 하이브리드(1만1737대)도 월 평균 978대 판매에 불과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이 주로 20~30대 젊은 연령층으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40~50대 중년층은 아이오닉을 세컨드카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류창승 현대차 국내마케팅실장(이사)은 “아이오닉에 대한 긍정적 반응률이 86%로, EQ900의 75%보다 높았다”며 “아이오닉에 대한 검색 빈도 역시 소나타 대비 140%, 아벤떼 대비 20% 높은 수준을 보였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토요타 4세대 ‘프리우스’와 맞대결에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이오닉 국내 공인 연비는 22.4㎞/ℓ로, 시판 중인 차량 중 가장 높다. 4세대 프리우스 국내 연비는 아직 인증 받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아이오닉이 57MPG, 4세대 프리우스가 52MPG다. 국내에서도 아이오닉이 프리우스보다 높은 연비를 기록할 것이라고 현대차 측은 예상했다.
토요타는 아이오닉의 출현에 반기는 눈치다. 지난해 3만6000여대에 불과했던 하이브리드 시장이 확대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프리우스는 지난해 국내에서 1400여대 판매됐다. 토요타는 오는 3월 4세대 프리우스를 국내 시장에 본격 출시한다.
토요타는 지난해 12월 9일 일본에서 판매를 시작한 프리우스 4세대 모델이 월 판매 목표인 1만2000대보다 8배 이상 많은 10만대 수주(受注)를 달성했. 일본에서 수주는 고객에게 인도돼 등록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계약을 말한다.
4세대 프리우스는 새로운 생산기술인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가 적용된 첫 번째 차량이다. 차체 강성을 기존 대비 69% 가량 향상 시켰고, 하이브리드 시스템 효율을 높였다. 일본기준 공인연비는 40.8㎞/ℓ로, 기존 3세대 모델(32.6㎞/ℓ)보다 25.2% 가량 향상됐다.
전문가들은 아이오닉과 프리우스가 성능과 연비에 큰 차이가 없는 만큼, 가격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오닉 시판 가격은 2438만~2898만원, 풀옵션을 장착하면 2578만~3303만원으로 올라간다. 프리우스 국내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본보다 400만~500만원가량 높아질 전망이다. 일본 판매 가격은 242만9018엔(2487만원)에서 339만4145엔(3497만원)이다. 일부 트림의 경우 가격이 겹치게 된다.
한 전문가는 “프리우스가 하이브리드 대명사인 만큼 가격차이가 크지 않다면 프리우스로 고객들이 많이 몰릴 수 있다”며 “다만 토요타가 국내에서 더 이상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되지 않는 만큼, 현대차가 ‘컨피던스 프로그램’과 같은 서비스를 강화하면 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