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요 몇 달 사이에 적지 않은 게임 스타트업이 문을 닫았거나 아사 직전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2015년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4년 이후 국내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 모두 성장세다. 올해와 내년에도 10% 이상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관측이다.
내실은 어떨까? 이런 실적이 대형 퍼블리셔와 외국계 기업 성과만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1월 18일 구글플레이 매출 차트를 기준으로, 100위권 내 외국계 게임은 약 40개다. 국내 퍼블리셔가 서비스하는 해외 게임도 적지 않다. 한국 모바일 게임 업계 1, 2위를 다투는 두 회사도 예외는 아니다. 해외 게임과 경쟁하며 상생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다.
온라인 게임 종주국을 자부하던 우리나라 내수 시장에 감도는 위기감도 현실이다. 중하위권 이하는 아예 외국계 게임 비중이 반수를 넘어섰다. 퍼블리셔를 구하지 못한 중소 개발사는 상황이 심각하다. 모바일 환경 특성상 사정이 넉넉한 해외 게임사 벽을 넘기 어렵다. 중소 게임사는 구글과 애플, 양사 플랫폼에 게임이 노출되는 ‘피쳐드’에 목숨을 건다.
사업 구조도 문제다. 대부분 퍼블리셔가 게임을 계약하는 과정에서 개발사 지분 투자를 논의한다. 성공하면 모두가 좋은 일이다. 게임 성과가 시원치 않은 경우 개발사 게임은 그저 ‘데려온 자식’이 되기 십상이다.
개발사에 불리한 계약 만연도 고질병이다. 지난해 서비스가 종료된 게임은 330여개에 이른다. 수십명 노력과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게임이 하루에 한 타이틀씩 생명을 마감한 셈이다.
시장이 성숙·고도화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탓도 있다. 그보다 퍼블리셔가 수백개 게임을 계약하고 그 실패 리스크를 개발사에 떠넘긴다는 생각이 든다. 대형 게임 퍼블리셔는 업계 전체 발전 차원에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모바일 게임이 급성장하며 상당수 기업이 온라인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 사업에서 손을 떼다시피 한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아직도 많은 해외 바이어는 한국 온라인 게임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한국이 빠진 자리에 중국 온라인 게임업체가 대신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 베테랑 온라인 게임 개발자가 중국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한다.
하드코어 RPG, 그 중에서도 수십억 이상 개발비가 들어가는 대작에만 집중하는 장르 편중 현상 역시 문제다.
해외에서는 모바일 환경에 적합한 캐주얼·슈퍼 캐주얼 게임으로 성공하는 기업이 종종 나타난다.
세계적으로 볼 때 모바일 하드코어 RPG가 히트하는 국가는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몇 곳에 그친다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RPG는 필연적으로 유저에게 기대하는 객단가가 높다. 그런 사업 모델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일본 모바일 게임 역시 한때 공격적 수익모델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했지만 큰 성과를 얻지 못한 전례가 있다.
개발사는 객단가가 높은 게임만 만들고 대형 퍼블리셔는 이런 게임을 쇼핑하듯 장바구니에 담는다. 그 빈틈을 해외 기업이 차곡차곡 메워가는 형국이다. 결국 우리나라 게임 생태계에서 다양성은 실종되고 새로운 시도는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이런 시점에 정부가 주도하는 창조경제와 문화콘텐츠 등 핵심 성장 분야에 게임 산업이 포함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게임 산업 핵심은 기술과 문화 만남이다. 연구개발과 창의성과 도전 정신이 쇠퇴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산업 전체에 다양성을 공급하는 중소 개발사, 게임 스타트업 도전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여전히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우리 게임 산업 경쟁력이 다시 꽃피우길 기대한다.
김윤상 게임넥스트웍스 대표 yoonsang.kim@wildcard-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