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믹’에서는 바퀴벌레가 옮기는 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곤충학 교수 수잔은 바퀴벌레를 박멸하기 위해 흰개미와 사마귀 DNA를 합성해 새로운 벌레 ‘유다’를 만든다. 이 벌레덕분에 바퀴벌레는 사라지고, 전염병 또한 없어진다. 하지만 사람들은 인위적으로 새로운 종을 만든 수잔을 도덕적으로 비난한다. 인간이 신의 영역을 침범했다는 이유에서다.
몇 년 뒤 수잔은 우연히 유다의 새끼를 발견한다. 수잔이 유다를 만들 당시 생식 능력을 없앴기 때문에 종족 번식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영화 속 유다종은 인간처럼 진화를 거듭하며 인간을 해친다. 인간을 구하기 위했던 만들어졌던 벌레는 결국 인간을 죽이는 괴물이었다.
먹거리 분야에서도 영화 미믹 속 유다처럼 좋은 의도로 만들어졌지만 논란을 일으키는 식품이 있다. 바로 유전자변형식품(GMO)이다. 식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유전자가 변형된 콩, 옥수수 등이 세계 각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아직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언젠가 인간에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 목소리도 높다.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두유 등 많은 가공식품에 GMO가 들어있다. ‘신의 식품’인지 ‘프랑켄슈타인 음식’인지 GMO 민낯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GMO를 찬성하는 쪽은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세계 인구는 계속해서 늘고 있으며 아프리카 등 많은 사람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죽어가고 있다. 식량부족으로 죽어가는 이를 살리기 위해서는 생명공학을 이용해 식량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찬성 측은 GMO가 인체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GMO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뚜렷한 피해사례는 없다. 오히려 GMO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올레인산을 첨가한 대두, 민들레에서 추출한 유전자를 쌀에 이식해서 만든 비타민A 강화쌀 등 새로운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반대 측은 잠재적 위험성을 경고한다. 지금 당장 인체에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언젠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른 종 유전자를 결합한 새로운 식품 안전성을 검증하기에 10년이라는 시간은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인간에게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동물에는 GMO 부작용이 드러났다. 영국 로웨트 연구소는 1998년 GMO를 먹은 쥐들이 면역체계와 질병 저항력이 떨어진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GMO반대론자들은 GMO가 친환경 유기농법을 불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한다. 식물의 꽃가루는 보통 수십㎞를 날아가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자란 식물도 GMO 유전자 전이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대 측은 GMO에 대한 검사가 식품이 아닌 의약품에 준하는 엄격한 검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GMO 반대론자들은 유전공학 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몬산토 등 다국적 기업에 대해 걱정한다. 소수 GMO 다국적 기업이 작물 종자의 생산, 재배, 유통, 가공 등 전 과정을 독점해 세계 식량 상황을 움직일 수 있다. 이들 기업은 식량부족을 이유로 GMO를 도입했으나 개발도상국에 GMO기술 이전을 하지 않고 있다. 반대 측은 식량문제 해결은 결국 거짓말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