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반응은 정말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문성광 에넥스텔레콤 대표는 인터뷰 내내 웃었다. 회사 이름을 전국에 알리는 ‘대박’을 터뜨려 그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는 ‘시장 영향’이라든지 ‘향후 계획’ 같은 거창한 질문이 와 닿지 않는다고 했다. 소박한 마음으로 서비스를 내놓느라 그런 생각은 미처 해보지 못했다고 했다. 겸손이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성공을 놀라워하고 있었다. 문성광 대표는 “알뜰폰 시장이 침체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아 이걸 깨고 싶은 마음으로 새로운 요금제를 내놨다”며 “이처럼 큰 영향을 미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고 말했다.
에넥스텔레콤은 새해 초 이동통신시장을 강타한 ‘우체국 알뜰폰’ 중심에 선 업체다. 우체국 알뜰폰은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은 4일 이후 8일까지 닷새 만에 3만9000여 가입자가 몰렸다. 평소보다 열다섯 배가량 많은 숫자다. 일부 우체국에선 알뜰폰을 사려는 사람이 줄을 서고, 온라인에선 우체국 알뜰폰이 인기검색어가 됐다. 이동통신사와 비슷한 통화품질을 가지고서도 인지도가 낮아 고생하던 알뜰폰 업계 전체가 반색했다.
우체국 알뜰폰 흥행을 이끈 것은 에넥스텔레콤이 내놓은 ‘제로요금제(A 제로)’였다. 닷새 간 1만5000여명이 가입했다. 전체 가입자의 40%에 해당한다. 기본료를 과감하게 없애고 50분 간 무료통화를 제공한 게 적중했다. 자기 휴대폰이 있다면 50분 동안은 완전히 ‘공짜’로 이동통신을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3000대 한정으로 폴더폰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우체국에선 제로요금제를 보러 왔다가 다른 알뜰폰 회사에 가입하는 시너지 효과가 났다.
사촌이 논을 사자 배가 아팠던 걸까. 여기저기서 시샘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 중 대표적인 게 ‘공짜로 퍼주다 망하는 거 아니냐’는 거였다. 아주 틀린 비판은 아니었다. 만약 제로요금제 가입자가 전부 50분 이하로만 통화를 한다면 엄청난 손해를 볼 게 틀림없었다. 알뜰폰은 이통망을 빌려 쓴 대가로 이통사에 ‘도매대가’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공짜로 쓴 50분 통화료를 에넥스가 대신 내줘야 하는 것이다.
에넥스는 가능성을 낮게 본다. 근거는 2004년부터 12년 이상 쌓아온 데이터다. 가입자 월평균통화시간(MoU)을 분석해보니 50분 넘게 통화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물론 틀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오랜 시간 축적한 통계가 쉽게 배신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
문 대표는 “30만 가입자 데이터 분석과 12년 알뜰폰 사업 노하우가 더해져 제로요금제가 나온 것”이라며 “모든 가입자가 50분만 통화한다면 적자를 보겠지만 더 쓰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계획과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해온 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고객 분석이 중심이다. 새로운 단말기도 준비했다. “제로요금제는 고객 반응을 살피기 위해 시범적으로 내놓은 것입니다. 이제 실제 반응을 봤고 데이터도 확보했으니 이를 분석해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을 겁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