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빅데이터 활용 선결과제 ‘표준화’가 속도를 낸다. 하위단계인 정보 표준화를 시작으로 기술, 업무환경까지 하나로 통일한다.
12일 정부 기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보건산업진흥원 등은 의료 정보화 표준 사업을 진행한다. 병원 간 데이터 이동·공유를 원활하게 해 의료 빅데이터 환경을 조성한다.
복지부는 의료정보 표준화를 위해 용어를 하나로 통일하는 작업을 전개한다. 2014년 9개 분야 18만건을 표준대상으로 제정했다. 지난해 간호·치과용어 분야 8만건을 추가했다.
올해는 ‘보건의료용어표준’ 고시 개정안에 따라 임상검사, 방사선의학 등 6개 분야 4만4000여개 의료용어와 진료용 그림 200개를 더한다. 공공보건의료기관에 우선 적용한 후 민간병원으로 확산한다.
의료용어 표준은 정보표준 출발점이다. 병원마다 쓰는 의료용어가 다르다. 취합해도 활용이 불가능하다. 개인건강기록(PHR) 기반 맞춤형 국민건강 실현에 반드시 필요하다. 병원 간 진료정보 교류를 위해서도 선행돼야 한다.
의료정보 품질을 높이는 방안도 시도한다. 보건산업진흥원 ‘보건의료데이터 질 관리 가이드라인 개발’ 사업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병·의원급 기관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 도입률은 92.1%에 달한다. 의무기록이 전산화돼 많은 데이터가 축적된다. 의료용어뿐만 아니라 저장 방식과 유형이 기관마다 달라 유의미한 ‘클린(정제) 데이터’는 많지 않다. 데이터 질을 높이는 방안이 요구된다.
가이드라인은 진료정보교류와 공공보건데이터 활용에 초점을 맞춘다. 진료정보 교류 데이터 항목을 설정한다. 데이터 관련 요소 표준 등 각 의료기관에 적합한 형태로 정의한다. 의료기관이 공공보건기관에 제출하는 주요 데이터 항목도 설정한다.
데이터 표준사전도 만든다. ICD, HL7 등 국제표준 기반 데이터 사전을 개발한다. 진료정보 교류, 공공보건 데이터 항목에 데이터, 변수 값, 코드 값을 정의한다.
이를 바탕으로 보건의료데이터 품질을 높이는 가이드라인을 수립한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하는 방법도 설명한다. 보건의료데이터 오류 검증 프로그램을 배포해 편의성을 높인다.
오종희 보건산업진흥원 의료산업혁신단장은 “병원, IT업체별로 의료정보화가 통일되지 않아 활용이 어렵다”며 “가이드라인은 의료정보 표준화를 지원하고 데이터 품질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표준화도 서두른다. 복지부는 지난해부터 ‘국가 진료정보교류 분야 미래 모형 설계’ 사업을 진행했다. 올해 구축이 완료될 시스템은 전국 단위 통합 진료정보교류 플랫폼 역할을 한다. 병원 간 진료정보 공유 시스템을 마련한다.
의료정보 표준화 기반인 용어, 기술이 통일되더라도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현장 적용이 어렵다. 의료 빅데이터 활용 걸림돌인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의료정보교류에서 확장해 EMR 시스템을 표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철희 분당서울대병원장은 “CT, MRI 등 의료영상 교류는 시범사업으로 추진하지만 EMR 등 폭 넒은 수준으로 확대하지 못했다”며 “정부, 병원, IT업계 등 다양한 의견을 취합해 표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