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일류 과학기술을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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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초 경상현 초대 정보통신부 장관이 타계했다.

경 전 장관은 지난달 이상훈 ETRI 원장 취임식에도 참석했다. 79세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보통신대연합 회장직을 거뜬히 수행할 정도로 건강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경 전 장관은 전전자교환기(TDX), 초고집적 반도체(DRAM), 행정전산망용 주전산기(TiCOM) 개발을 주도했다. 한국 통신산업 주춧돌을 놨다. IT강국 개국공신으로 불리는 이유다.

고인은 미국 벨랩에서 일하다 유치 과학자로 귀국했다. 한국 벨랩 계보에는 양승택 전 장관과 이상훈 ETRI 원장 등이 있다.

ETRI에서 근무하던 시절 일화도 있다. 전자기술연구소와 전기통신연구소를 합치던 1980년대 얘기다. 반도체 연구에 주력하던 ETRI가 통신 분야를 흡수한다고 하자 차관을 빌려준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이 난색을 표했다. 차관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당시 경 원장은 통합 당위성을 설명하며 장장 2미터에 달하는 장문을 써서 IBRD에 텔렉스를 보내 설득했다.

초대 정통부장관에 취임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개발을 견인했다. 정치권에 맞서 CDMA 단일표준을 고수하다 장관직에서 물러나기도 한 과학기술자로서 고집도 있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정치권은 시분할다중접속(TDMA)은 검증된 기술이니 CDMA와 복수 표준안을 채택하라는 압력이 엄청났다. 그걸 이겨냈다.

경 전 장관을 떠나보내며 그를 아는 모든 후배에게 묻고 싶은 얘기가 있다. 그가 국가 과학기술에 기여한 것만큼 충분히 예우했는지 말이다.

2014년 10월 최순달 전 장관이 현충원에 안장되는 모습을 경 전 장관도 지켜봤다. 경 전 장관 또한 선배 옆에 같이 있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현충원 국가사회공헌자 묘역에 34기가 안장돼 있다. 이 가운데 과학기술자는 최형섭 전 과학기술부장관과 최순달 장관, 한필순 소장 단 3명뿐이다.

이 때문에 논란도 일었다. 타계 뒤 시간에 쫓기며 검토하기 보다는 사전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하도록 차제에 과학기술인 현충원 안장 기준을 명문화하자는 것이다. 5점 만점을 기준으로 기여도를 따져 점수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노벨상은 2점, 유공자 표창은 1점, 출연연 30년 이상 근무는 1점 이런 식이다.

해외서 근무하다 귀국해 공헌하고 일평생 연구개발에 전념했으면 그만큼 대우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ETRI는 경 전 장관 현충원 안장을 위해 밤새 공적서를 만들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4일 시무식에 앞서 대전국립현충원을 찾은 이상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이 정부출연연구기관 40여 곳을 대표해 방명록에 이런 글을 남겼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애국정신을 이어받아 세계 일류 과학기술을 만들겠습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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