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우리나라를 강타했다. 조기에 진단해 발 빠르게 대처했다면 피해가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성 질환과 난치성 질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압타머(Aptamer:핵산분자집게) 다중진단소재 개발이 주목받는 이유다.
포스텍과 경북도가 감염성 질환과 난치성 질병을 조기 진단하는 차세대 질병 진단기술 개발 기반 구축(압타머 다중진단소재개발 기반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차세대 바이오소재를 개발하는 압타머 기술은 최근 원천 특허가 만료돼 글로벌 기업의 제품화 경쟁이 치열하다. 반면에 국내에서는 일부 대학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바이오마커 위주 연구가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기업과 연계한 사업화 연구개발(R&D) 기반 구축이 절실하다.
압타머 기술은 질병의 표지나 표적을 선별적으로 집어낼 수 있는 고성능 분자집게를 만들고 활용하는 것이다. 혈액 속에 돌아다니는 수천 개 단백질을 동시에 정량화하는 방법 가운데 지금까지 가장 발달됐다. 다중진단은 다수 질병을 동시에 진단하는 것이다.
질병진단 기술은 의약품 개발보다는 비교적 수월하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해 저비용으로 단기간에 제품 개발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경제불황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체외진단시장은 현재 472억달러에 달한다. 오는 2017년에는 626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압타머를 이용한 글로벌 치료제 시장규모는 현재 12억달러, 글로벌 진단제 시장규모는 6억달러 규모다.
국내 체외진단시장은 매년 5%씩 성장해 오는 2018년 8억달러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분자진단 시장은 연평균 15%씩 고성장이 예상된다. 압타머 다중진단소재 기술과 제품개발을 위한 정부 지원과 R&D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
경북도와 포스텍이 추진하는 압타머 다중진단소재 개발 기반구축사업은 포항에 전문연구기관을 설립하고 기업지원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골자다.
주요 사업별로는 압타머 다중진단소재 개발용 연구 인프라에 30억원을 투입한다. 고효율 압타머 다중진단소재 연구개발 공정에 109억원, 진단제품 개발 기업지원과 운영에 10억원을 투입한다.
포스텍은 이미 압타머 다중진단분야 기초 및 원천연구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압타머 원천기술 보유사인 미국 소말로직(Somalogic)과 기술 제휴해 압타머를 발굴하는 ‘셀렉스(SELEX)’ 기술을 도입했다. 이를 기반으로 폐암과 췌장암 진단용 다중진단소재를 개발 중이다. 제4세대방사광가속기와 나노융합기술원 등 대형 연구 인프라와 전문인력이 압타머 다중진단소재 개발의 청신호다.
압타머 다중진단소재 개발 기반구축사업의 최종 목표는 이미 발굴한 압타머 소재를 고정밀·고효율 다중진단소재로 개량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국내 의과대학 및 병원과 협력, 개발한 시제품을 임상 검증하고 다중진단 관련 기업을 지원하는 등 창업을 유도하려는 취지다.
포스텍은 최근 압타머 다중진단소재 개발 기반구축사업 기획 및 타당성 조사를 위한 예산도 확보했다.
타당성 조사 결과를 토대로 내년부터 난치성 질병과 감염성 질환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다중진단용 고효율 압타머 신소재 개발용 연속개발 공정과 연구장비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포스텍은 이에 앞서 2013년 경북도와 함께 글로벌 다중진단 R&BD 허브조성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했다.
박성수 경북도 창조경제산업실장은 “내년 이후에는 암과 같은 난치성 질병과 메르스·에볼라 등 감염성 질환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다중진단용 고효율 압타머 신소재 개발과 연구장비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머지않아 압타머를 이용한 표적발굴과 진단 및 치료의 신개념 헬스케어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체외진단시장 성장률 7.3%
제약시장 성장률 5.3%
2013년 472억달러
2017년 626억달러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2010년 구제역
2014년 에볼라
2015년 메르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