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일 제4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 3년 만에 기습적인 핵도발로 한반도 정세가 얼어붙었다. 수출 부진, 주력 산업 경쟁력 저하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는 우리 경제에 ‘북핵 리스크’까지 더해져 경제 활력 저하와 불확실성 우려가 증폭됐다.
북한은 6일 오후 12시 30분(평양시간 12시) 특별 중대보도를 통해 수소탄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조선중앙TV는 “조선노동당의 전략적 셈법에 따라 주체105(2016)년 1월 6일 10시 주체조선의 첫 수소탄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보도했다. 수소탄 핵실험 발표는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양강도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에서 진도 4.8 규모 지진이 감지된 뒤 3시간 만에 나왔다.
북한은 이전과 달리 핵실험 사실을 중국과 미국에 통보하지 않았다. 국제사회로부터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기 위한 전략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2009년 5월 2차, 2013년 2월 3차 핵실험에 이어 3년여 만에 국제사회를 상대로 또다시 4차 핵 도발을 강행했다. 플루토늄 등을 이용한 과거 핵실험과 달리 새로운 형태인 ‘수소탄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 국제사회는 북핵 문제 새로운 도전을 안게 됐다.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는 북한 핵실험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북핵 실험은 안보에 중대 도발이며 세계 평화에 정면 도전하는 것”이라며 “동북아 안보 지형을 뒤흔들고 북한 핵문제 성격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강력한 국제적 대북제재 조치 등을 통해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NSC에 앞서 정부는 긴급 성명을 내고 “경고한대로 북한이 핵실험에 대해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동맹국과 6자회담 참가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긴밀 협력해 유엔 안보리 차원 추가 제제조치를 포함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대북 제재 절차에 자동 착수했다. 안보리 15개 이사국 긴급회의는 자동 소집 수순을 밟는다. 4차 핵실험이 이전과는 다른 핵능력을 외부에 과시한 것이어서 보다 강도 높은 차원의 대응책이 논의될 전망이다.
북핵에 강경한 입장을 취해 온 중국 시진핑 지도부도 이전 사례보다 적극적으로 제재 논의에 동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에 따라 최근 관계 회복을 모색해오던 북중 관계도 다시 극도로 경색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 4차 핵실험 소식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는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오후 2시 30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1922.50포인트로 전날보다 0.41%(7.90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쳤다. 오전 북한 핵실험 소식에 낙폭이 컸지만, 북한 공식 발표 이후에는 오히려 낙폭이 줄어들었다.
정부는 이날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주식, 외환 등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과거 미사일 발사, 핵 보유선언 등 북한 관련 이슈 발생 시 우리 금융시장에 영향은 일시적·제한적이었다”며 당장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추가 핵실험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단기적으로 국내 금융시장, 실물경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 점검 대책팀을 구성해 국내외 금융시장, 실물경제 동향 점검체계를 가동한다. 북한 핵실험, 중국 금융시장 불안 등 리스크 관련 시나리오별 대응계획을 재점검하고 필요 시 즉각 대응할 방침이다.
금융 시장 중장기 불확실성은 커졌다.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연초부터 중국 증시 급락, 중동발 악재 등이 발생하면서 시장이 과민반응할 수 있다”며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 어느 때보다 높은 경각심과 긴장감을 갖고 상황변화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