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부자들:디 오리지널’이 흥행몰이를 이어간다.
속편과는 다른 일종의 확장판인 영화가 본편에 이어 계속 관심을 모은 것도 이례적이다. 3시간 가까운 런닝타임에도 지루할 겨를 없이 이야기에 빨려든다.
언론 종사자로서 낯 뜨거운 장면이 하나둘 아니었지만 이런 부끄러움에 이은 통쾌함도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간 뒤 이어지는 장면에서 여지없이 부서진다. 에필로그 장치인 장면에서 범죄 정점에 섰던 언론사 주간 이강희(백윤식 분)는 교도소장실에서 누군가와 통화하면서 다시 기회가 올거라며 호쾌하게 웃는다. 감옥에서도 소장을 휘어잡아 다음 범죄를 기획하고 ‘필력’ 이상의 여운을 남긴다.
이 이야기 최종 기획자인 조폭 안상구(이병헌 분)는 내부자로 열연해 사건을 해결한 검사 우장훈(조승우 분)에게 “모히또에 가서 몰디브 한잔하자”고 해 긴장했던 관객의 마지막 폭소를 자아낸다. 배우들은 나중에 이 대사가 “그렇게 인기를 끌 줄 몰랐다”며 의아해했다.
3시간 관람 뒤 ‘정의냐, 복수냐’는 근본적 의문이나 ‘사회적 선이 정·경·언 구악을 이긴다’는 명제보단 이 대사를 더 뚜렷이 떠올리게 됐다. 그만큼 이 영화는 ‘몰디브 한잔’에 모든 사회적 난제와 희망적 해결의 칵테일을 담은 셈이다.
해석 차이는 있겠지만 연초 정치권 분위기가 영화 만큼 심란하다.
영화에서 거물 정치인은 정권 쟁취를 위해 어떤 불법과 사회적 범죄에도 한치 주저함이 없다. 이미 4·13 총선 다수의석 쟁탈에 뛰어든 현재 권력(국회의원)이 후배·신진 정치인의 국회 진출을 사실상 가로막고 있는(선거구획정안 지연) 상황과 너무 잘 맞아떨어진다.
경제회생이 새해 국가적 화두이지만 민생과 경제를 돌보는 것은 이미 정치교과서에만 있는 단어다. 영화는 썩은 정치인이 재벌과 어떻게 결탁하고 거기에 언론이 어찌 작용하고 기획적으로 조력하는지 속살까지 보여준다. 연초부터 경제·산업계가 경제 법안 처리를 간곡히 요청하고 나섰지만 정치권은 묵묵부답이다. 직무유기에 책임 회피다. 어차피 현 선거구가 불법이 된 상황에서, 거기서 선출된 주권 대리인의 법적인 효력을 따지는 것도 무의미해진지 오래다. 모든게 불법으로 흐르고 있다.
현실이 영화처럼 통쾌한 결말을 맞을지는 아직 누구도 모른다. 4·13 총선이 비뚤어진 정치에 철퇴를 가하고 거기에 놀아났던 모든 ‘내부자들’을 심판하는 기회가 돼야하지만 누구도 그 향배를 단정할 수 없다. 결과를 놓고도 책임은 갈릴 것이 뻔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몰디브에서 모히또 한잔’보다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잔’에 더 열광하고 있는지 모른다. 사실은 사실일 수 있어도 진실은 아닐 수 있다. 사실은 뒤바꿔 놓은 것이 민심을 움직이는 진실이 될수도 있는 법이다. 현실 정치를 뒤집어 보면 정치가 어찌돼야하는지 진실이 보인다.
우리는 왜곡된 현실에서 오히려 희망을 갖게 된다.
지금은 비뚤어진 듯 해도 모두 웃을수 있는 세상은 끝끝내 만들어진다는 진리를 우리는 마음속에 품고 있다. 그게 2016년 출발선에서 우리가 가진 힘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