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스마트폰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전망이다. 퀄컴에 한동안 미뤄왔던 특허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2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퀄컴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티안유·하이얼과 3G·4G 무선통신 기술 특허 사용료 지급 계약을 체결했다. 키쿠(QiKu)와 유사한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최근에는 샤오미도 무선통신 기술 사용료 지급에 합의했다.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CEO는 최근 “퀄컴은 아직 계약을 맺지 않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모두와 협상 중”이라며 “정확한 시기를 말할 수는 없지만 곧 추가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최근 퀄컴과 잇달아 동일한 계약을 체결하는 이유는 퀄컴이 특허료 관련 정책을 바꿨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퀄컴에 과징금 9억7500만달러를 부과한 데 따른 조치다.
퀄컴은 즉시 화웨이나 레노버, ZTE와 맺은 상호특허 사용 계약을 파기했다. 이전까지는 중국 내 스마트폰 제조 기업이 퀄컴 칩만 구매하면 3G, 4G 등 이들 기업이 보유한 다른 특허를 무단 사용할 수 있었다. 해당 업체가 가진 특허를 무상으로 넘기도록 한 것이다. 거대한 특허 동맹인 셈이다.
중국 내 특허 우산이 사라지면서 특허 기술이 적은 신생 업체는 로열티 부담을 안게 됐다. 스냅드래곤 칩을 사도 3G나 4G 통신기술을 예전처럼 공짜로 쓸 수 없다. 추가 부담은 고스란히 원가에 반영된다. 게다가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조사를 이유로 미뤄왔던 로열티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인 만큼 일부 제조사는 새해까지 특허료 지불을 미루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내 저가 브랜드는 당장 원가 상승이 불가피해졌다. 통신 칩은 물론이고 예전에 무료로 쓰던 모든 특허 기술에 일일이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반면 화웨이나 레노버, ZTE처럼 자체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타격이 적다. 필요 기술만 골라 쓰면 된다. 가격 경쟁력이 비슷해지는 것이다. 특허 동맹이 이점보다는 손해가 컸다.
물론 특허 사용 계약을 추가로 맺은 만큼 비용 부담이 급증하는 것은 아니다.
퀄컴은 상호 특허사용 계약을 이유로 로열티 비율을 칩 가격이 아닌 휴대전화 판매 가격의 4∼6%를 받아왔다. 하지만 상호 특허사용 계약을 파기하면서 칩 가격 기준으로 사용료를 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퀄컴은 과징금 부담이 있지만 중국 내 수입은 오히려 늘어날 전망이다.
특허 사용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퀄컴은 작년 특허권 사용료 부문에서만 66억달러 이익을 냈다. 지난 3분기 실적보고에 따르면 퀄컴은 특허권 사용 계약으로 벌어들인 금액 중 절반이 중국 업체에서 나왔다.
계약 소식에 퀄컴 주가도 올랐다. 퀄컴 주가는 30일(현지시각) 기준 주당 50.8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 대비 2.5% 상승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