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94>왜 구조조정이 어려운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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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은 당연히 어렵다. 개인적으로 봐도 우리가 습관 하나 바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다이어트와 금연에 성공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나? 자기 맘만 독하게 먹어도 가능한 일 조차 어렵다.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또 함께 실행해야 하는 구조조정이 얼마나 어려울까?

구조조정에는 몇 단계 어려움이 있다. 첫 번째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대부분 회사는 구조조정이 필요한 징후를 애써 외면한다. 매출감소, 점유율 감소, 이익감소 등 경영수치가 악화돼도 일시적인 것으로 치부해 버린다. 사업구조를 변화시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안하고 각종 자기 합리화로 변명한다. 국내 경기, 중국 경기, 날씨, 사회적 사건, 저유가, 정부 정책 등 외부 요인 때문이라 생각한다. 자체 비즈니스 구조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전 조직이 구조조정 필요성을 느낄 쯤이 되면 이미 상황은 악화돼 버린다. 그래서 율곡의 10만 양병론처럼 편안할 때 위기를 내다 보는 선각자 같은 경영자가 있어야 한다. 편안할 때 위기에 대비하고 잘 나갈 때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단기 업적에 집착하는 경영자나 정년퇴직을 목표로 하는 직원이 대부분인 회사에서는 자체 구조조정이 불가능하다. 이런 조직에서는 관성의 법칙이 지배한다. ‘우리가 뭐가 어때서’ ’이제까지 잘해 오고 있었잖아’ ’조금만 참으면 곧 다시 좋아질텐데’ 하면서 잠시 몸을 움츠리는 식으로 대응한다. 그래서 구조조정 당위성을 합의하기가 어렵다.

두 번째는 구조조정 방향을 잡는 데 많은 정력과 시간을 쓴다. 변화는 리스크를 수반한다. 그런데 많은 경영자는 리스크를 가급적 최소화하고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폐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크버그는 ‘기업의 가장 큰 리스크는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웅크리고 있으면 리스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다. 사회와 정보기술(IT) 발전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바로 뒤처지게 된다. 리스크는 대책을 마련하고 돌파하는 것이지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 구조조정을 해야겠다고 맘을 먹어도 막상 실행하려면 어디로 어떻게 변화 할 것인지는 사실 어려운 문제다. 구조조정은 미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현재 비즈니스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경영자는 구조조정 방향을 잡는데 너무 많은 정력과 시간을 소비한다. 구조조정 앞에서 너무 신중하거나 너무 우유부단한 경영자는 대부분 그 분야 전문가가 아닌 경우가 많다.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경영자는 본능적으로 어디로 뛰어야할 지 잘 안다. 처음 마음 먹기가 힘들지, 해야 한다고 하면 방향은 이미 오래 전에 생각해두기 때문에 바로 실시할 수 있다. 그러나 산업과 기업, 조직을 잘 모르는 경영자는 누군가 도움을 받아서 결정을 해야 한다. 필요 이상의 시간을 쓸 수밖에 없다. 철저한 외부자가 더 급진적이고 과격한 구조조정을 할 수 있지만 구조조정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면 산업과 조직, 문화를 잘 아는 경영자가 구조조정 하는 것이 훨씬 성공확률이 높다.

세 번째는 어렵게 시작한 구조조정이 시행 과정에서 온갖 저항과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한다. 구조조정 바람이 불면 직원 대부분은 갈대처럼 흔들린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 땅바닥에 몸을 붙이다가 바람이 잔잔해 지면 다시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몸을 곧추 세운다. 구조조정 광풍이 불면 직원은 속으로 노조가 나 대신 싸워주고, 위로금이나 많이 받자는 식으로 수동적으로 임한다. 모든 직원이 회사야 어떻게 되든 ‘나는 어떻게 되나’에 만 관심을 갖는다. 또 하나 숨은 리스크는 회사 외부 기득권 세력이다. 회사와 오랫동안 거래해 오던 협력사도 회사 내 파크너와 요로를 통해 구조조정을 방해한다. 그래서 많은 구조조정이 처음에는 거창하게 시작하나 내외부 저항과 어려움 때문에 말미에는 구조합리화 정도에서 마무리된다.

구조조정은 시작하기 어렵고, 방향 잡기 어렵고, 마무리하기 어렵다. 구조조정은 조직에 위기감을 불어 넣고 조직을 크게 흔들어야 한다는 통산적 수준을 넘어야 한다. 구조조정은 백척간두에서 몸을 살리기 위해 자기 팔을 자르는 확신에 찬 결단이다. 구조조정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이다. 구조조정은 단순한 회사 회생 전략이 아니라 회사를 고통스럽게 마지막으로 몰고 가서 죽기 직전에 다시 살려 내는 치밀한 생존전략이다.

유도에서 덩치 작은 사람이 큰 사람을 업어치기 할 수 있는 이유는 상대방 힘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혼자 힘으로 억지로 기술을 걸면 오히려 되치기 당하기 쉽다. 구조조정 저항과 역풍을 절묘하게 역이용해서 메다 꽂아야 한다. 그래서 구조조정은 전략이 아닌 실행이지만 고도의 전략적 실행이어야 한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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