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1995년은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 등 대형 참사가 유난히 많았던 해로 기억된다. 직전 해 일어났던 성수대교 붕괴와 함께 ‘부실 대한민국’ 민낯을 드러나게 했던 사건으로 지금도 세간에 오르내린다.
초대형 참사에 가려 그해 12월 2일 조용하게 출범한 벤처기업협회를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벤처’라는 용어 자체가 낯설었던 시절이고 ‘그래서, 뭐 할 건데?’ 하는 자조와 무관심이 팽배했던 우리 사회다.
결국, 우리는 그로부터 2년 뒤 IMF 구제금융이란 ‘경제 신탁통치’를 맞아야 했다. 국가시스템 개조란 특명을 마주했다. 세계에서 구제금융을 가장 빨리, 성공적으로 탈출한 나라가 되면서 ‘벤처’는 다시금 주목받는다. 벤처특별법이 만들어지고 벤처기업은 우리나라 재도약 꿈과 성취를 실은 애드벌룬처럼 떠오른다.
닷컴버블과 글로벌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요란스런 성장통을 앓았지만 벤처가 갖고 있는 가능성과 가치는 여전히 우리 경제와 산업에 요긴하게 쓰여야 한다. 성공했든, 실패했든 우리가 쌓아온 벤처자산이 곧 우리 산업·기업 골격으로 자리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벤처기업협회가 창립 20년을 맞았다. 성년을 넘어 청년세대로 우리 경제·산업 재도약 중추로 역할해야 할 시기가 왔다. 많은 이들이 현재 위기고, 새해 위기가 더 깊어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말한다. 우리는 다시 벤처에 눈을 돌려야 한다.
위기를 돌파하면 희망은 커진다. 기성 대기업의 구조개혁 노력과 중소기업 상생, 경쟁구조 재편 등으로 얼마간 운신의 틈은 만들어질 수 있다. 시스템 변화가 같은 결정적 전환 기회는 벤처처럼 ‘전혀 새로운 곳’ ‘아주 다른 곳을 보는 시각’에서 만들어진다.
스무 살 벤처기업협회를 중심으로 벤처가 들불처럼 일어야 한다. 경제·산업구조 침체는 우리의 야성을 확인함으로써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야성은 ‘벤처’가 만들고 확산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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