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열린 로마 메이커페어에 다녀왔다.
지난해 3개에 불과했던 전시관이 올해는 무려 23개로 늘었다. 3D프린팅, 휴먼보디 & 헬스, 패션 & 웨어러블, 홈오토메이션, 에너지 & 물, 시티 & 모빌리티 & 보안 등으로 구분된 각 전시관에는 DIY 메이커가 개발한 30여개 창작물이 전시돼 있었다. 규모는 물론이고 로봇, 드론 경연대회 등 그 내용의 다채로움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어떻게 1년 만에 이처럼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가. 제조업 강국도 아닌 이탈리아에서.
내가 굳이 유럽의 런던, 파리가 아닌 로마의 메이커페어에 참가하는 것은 위즈네트의 인터넷 프로세서가 아두이노의 이더넷 실드(Ethernet Shield), 레오나르도 플랫폼(Leonardo Platform)에 내장돼 있기 때문이다. 오픈소스 하드웨어 플랫폼 원조인 아두이노(Arduino)가 태어난 곳은 바로 이탈리아다.
메이커의 시대다. 사물인터넷(IoT) 스타트업 시대가 본격 열리고 있다. 중국에선 작년 365만개, 매일 1만개 스타트업이 창업을 했다고 한다. 빅뱅 수준이다. 가트너는 2017년이 되면 IoT 솔루션 절반이 창업 3년이 안 된 스타트업에서 개발, 판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6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메이커페어를 열었다. 그는 과학, 기술, 공학, 수학 위주 교육에 중점을 두고 학교는 메이커 양성소, 이른바 메이커스페이스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각 주에선 자생적으로 메이커스페이스가 생겨나고 있다. 3D프린터가 나오면서 미국은 과거 아시아에 외주로 돌렸던 제조업을 다시 부흥시키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지난달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메이커페어에 전시된 창작물은 100개 남짓이었다. 위즈네트는 3년째 스폰서로 참가하고 있다. 한국에서 IoT 스타트업 창업이 본격적으로 일어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오픈소스 플랫폼 기반 커뮤니티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더 빠르고 저렴하게 더 나은 품질의 신상품을 개발하려면 개방형 혁신 커뮤니티 활용이 필수다. 가트너는 2017년이 되면 소비재 제조업체 절반 이상이 그들의 소비자 혁신과 연구개발(R&D) 능력 75%를 크라우드소싱한(Crowdsourced) 솔루션에서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오픈소스 하드웨어 플랫폼의 본질은 콘텐츠다. IoT 디바이스 콘텐츠는 바로 다양한 응용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다. 사실상 표준인 아두이노와 호환되면서 웹 기반 개발환경을 제공하는 ARM 엠베드(mBed) 지원 라이브러리를 개방형 혁신 커뮤니티에서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5년 후인 2020년이 되면 무려 500억개 IoT 디바이스가 인터넷에 연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IoT 디바이스는 서버, 나아가 서비스와 연동돼야 한다. 서비스 제공자는 각 나라 통신사업자가 있듯 각국 현지 기업이다. 서버와 디바이스 제조업체도 로컬 기업이 유리하다. 결국 내수 시장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신흥국도 그 나라 고유 IoT 산업 생태계를 갖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소프트웨어 강국인 인도가 최근 하드웨어 제조업을 일으키려는 이유는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우리도 메이커 시대 대비를 단단히 해둬야 한다.
이윤봉 위즈네트 사장 yblee@wiz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