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묘한 기술이나 수가 묘수다. 바둑에서 유래했다.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기 힘든 수로 전세를 역전하거나 승부를 결정짓는다. 살아가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을 때 묘수를 찾는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에는 요즘 묘수가 필요하다. 정보기술(IT)서비스 산업 시장 규모는 20조원에 이른다. 산업 구성 기업이 100개가 넘는다. 연매출 8조원에 이르는 삼성SDS 등 대기업도 다수 포함된다. 결코 작지 않은 산업 규모다. 협회는 IT서비스 산업을 대표하는 유일한 단체다. 협회가 난관에 부딪혀 헤어나지 못한다.
협회장은 작년에 이어 2년째 공석이다. 위상도 낮아졌다. 업계를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상당수 협회가 한 해를 보내는 길목에서 시상식이나 송년 행사를 펼친다. 협회는 이조차도 없다. 위상은커녕 존재 자체가 의문이다.
협회가 난관을 헤쳐갈 묘수는 없을까. 협회 위상은 개정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시행 이후부터 급격히 낮아졌다. 상호출자제한집단 계열 IT서비스기업과 중견 IT서비스기업으로 업계가 양분됐다. 서로 요구가 달라지면서 우왕좌왕했다. 어느 쪽 요구도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했다. 이후 대기업과 중견기업 모두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상황 개선을 위해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협회 역할은 찾기 어려웠다.
길은 있다. 정부·대기업·중견기업 모두 회의 테이블로 끌어들여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이다. 새로운 질서를 마련하면 된다. 전제할 것은 대·중소기업 이분법 논리가 아닌 상생 논리다. IT서비스 산업을 발전시킬 묘수다. 협회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그에 따라 작동되도록 안내하고 감시해야 한다. 정보화 개발 방법 혁신이나 대중소 공동 해외진출을 도모할 수 있다.
산업을 키우면 회원사는 협회를 외면하지 않는다. 상황을 회피하기보다 타개책을 찾아야 한다. 한해가 저문다. 협회가 의미 있는 결실을 얻기를 기대한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