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이 보유한 페이스북 주식 99%를 기부한다.
세계 10대 부호에 이름을 올린 마크 저커버그는 1일(현지시각) 자신 페이스북에 쓴 딸 ‘맥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같이 밝혔다.
저커버그는 “우리 부부는 오늘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네가 자라길 바란다”며 기부 이유를 설명했다. 첫 딸 맥스가 살아갈 미래를 위해 선뜻 내놓았다. 그는 “우리는 네가 사랑스럽기도 하지만 차세대 모든 어린아이에게도 도덕적 책임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 사회는 이 세상에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이 세상으로 올 사람들 삶을 향상시키는 데 투자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고 썼다.
저커버그가 보유한 페이스북 주식가치는 현재 450억달러(52조원)에 이른다. 이 중 99%를 죽기 전까지 자선사업에 모두 내놓는 것이다.
◇저커버그, 잠재력과 평등에 기부 초점
저커버그는 편지에서 인간이 가진 잠재력을 키우고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부 초점을 맞췄다. 단순히 딸 맥스만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더 낫게 만들려는 의도다.
저커버그는 아내 프리실라 챈 저커버그와 이 같은 목표를 이루고자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를 설립했다.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는 이런 문제를 이해하고 연계하는 역할을 맡는다.
저커버그 결정은 교육자인 아내 영향이 컸다. 편지에 항상 ‘나(I)’가 아닌 ‘우리(We)’로 표현하는 데서 알 수 있다. 기부 목적도 아내와 함께 정했다.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는 아내가 구상하는 새로운 학교 철학이기도 하다.
기부 내용과 계획은 이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했다. 앞으로 3년 동안 연간 10억달러 이하로만 가능하다. 자세한 기부 내용은 저커버그가 두 달간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귀한 후 밝힐 예정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선진국 전유물 아냐
저커버그와 같은 억만장자 기부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포브스 선정 세계 억만장자 순위 1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빌 게이츠는 재산 중 95%를 살아있는 동안 기부하기로 했다. 빌 게이츠와 부인 멜린다 게이츠가 지난해 말까지 기부한 금액은 430억달러에 이른다. 기부액으로도 최고다.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은 전 재산 85%에 달하는 374억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 이 중 310억달러를 빌 게이츠 부부가 운영하는 재단에 내놓았다. 자식이나 죽은 아내와 관련된 재단이 있는데도 재산 대부분을 맡겼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가 주도한 억만장자 기부 서약 캠페인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에는 2일 기준 138명이 참여했다. 저커버그도 가장 먼저 동참했다.
기부자 대부분은 서약서에 “좋은 가정 환경과 사회 시스템 덕분에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며 사회에 다시 돌려줘야 한다고 적었다. 저커버그와 마찬가지로 미래 세대가 더 나은 세상에서 살 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 같은 기부 릴레이는 선진국 전유물이 아니다.
서약 명단에는 기부 변방이라 일컫던 아시아 부호도 이름을 올렸다.
현재 인도와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대만 등 아시아 부호 7명이 재산 절반을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인도는 아짐 프렘지 위프로 테크놀로지스 회장과 비노드 코슬라 벤처스 대표 두 명이다. 한국인은 없다.
천혜 자연을 가진 동남아국가에서는 자연과 동물을 위한 기부도 있다.
싱가포르 국적 루스 여는 말레이시아에서 멸종 위기에 놓인 산호초를 보호하고 영국에 서식하는 희귀새 서식지 보호에 나섰다. 루스는 말레이시아 억만장자 여 티옹레이 손녀다.
심지어 아프리카에서도 기부 소식이 들려온다. 짐바브웨 최대 이동통신사 에코넷 와이어리스 회장 스트라이브 마시이와는 자산이 6억달러로 억만장자는 아니지만 재산 절반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