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조사에 따르면 올해에만 중국인 612만명이 한국을 방문해 일인당 평균 220만여원을 소비했다. 또 단일국가로는 중국이 세계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이는 중국 경기둔화 탓이라기보다는 비약적인 중국산 제품 발전과 거대 중국기업의 전방위적 가격인하 정책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같은 품질이라면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을 쓰겠다는 중국 소비자 반응이 현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최근 728개 중국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를 해보니 중국시장 진입 필수요건으로 중국이 요구하는 각종 인증을 획득하는 것이 최우선 성공요인으로 꼽혔다. 중국의 한국산 제품을 대상으로 한 규제는 날로 복잡해지고 있다. 즉 중국이 세워 놓은 ‘인증’이라는 거대한 벽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중국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 우리 기업이 제품 모델당 지출하고 있는 비용은 평균 1440만원, 인증을 획득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150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TV를 기준으로 우리 기업이 국내 KC마크 인증을 획득하는 데 드는 최고비용(710만원 수준)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것이다. 또 우리나라 ‘전기용품안전관리법’이 정한 인증기한(45일)에 비해 세 배 이상 긴 시간이다. 의료기기는 중국 인증 획득에 2년 또는 3년이 소요되고 비용도 평균 4000만원에 육박하는 등 양국 정책 당국 간 불균형 해소를 위한 조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부는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답은 현재 진행 중인 한중 FTA의 조속한 비준이다. EU와 FTA로 우리 정부도 규제를 완화했듯이 우리 정부는 중국과 FTA 체결로 중국 규제정책을 완화할 수 있도록 협상해 나아가야 한다. 국내 제도와 동일한 수준, 즉 중국 정부의 자기적합성선언(SDoC) 제도 등 도입으로 우리 기업 창조력과 기술력이 중국 규제 정책에 묶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FTA에 시험평가 결과에 대한 상호인정협정(MRA:Mutual Recognition Agreement) 체결을 반드시 포함해 중국 수출에 필요한 시험과 인증 절차가 국내에서 진행되게 함으로써 더는 인증 획득으로 인한 추가 비용과 시장 진출 지연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우리 시험인증산업 중국시장 진출을 지원해 시험인증서비스 수요를 충족하도록 함은 물론이고 중국으로 진출한 우리 기업과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반면에 국내 시험인증기관은 중국 국가표준과 국제표준 부합화(일치)율이 81.7%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시험인증 결과 상호 인정을 위한 중국 표준 분석과 대중국 수출 지원을 위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재 중국 국가표준인 GB표준은 총 3만2133종이 있으며 이외 기타 표준으로도 총 3만5364종이 운용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정한 각종 기술표준을 분석하고 내용을 파악해 기업에 전달하는 역할은 국내 시험인증기관 몫이다.
한중 FTA 체결 이후 중국 수출을 성공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관세율 인하와 함께 기술표준과 인증 등 무역기술장벽(TBT) 이슈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중국의 다양한 기술규제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는 종합지원시스템으로 급변하는 중국 인증정보 등을 수출기업에 제공하고, 중국 소비시장이 우리나라 제품에 기대치가 높은 점을 인식해 중국발 기술 규제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 이에 덧붙여 한중 FTA 성공적 활용을 위해 중국 기술 규제 대응 인프라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이원복 한국산업기술시험원장 boggie@ktl.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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