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이란 궁극의 정교함이다.”
-스티브 잡스(2011), 월터 아이작슨, 안진환 옮김.
기다렸던 가뭄 속 단비가 내리더니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졌다. 보일러 가스비를 걱정해야 하는 시기다. 창문을 닫고 창고 속 잠들어 있던 온수매트를 꺼낸다. 두꺼운 겨울옷은 여름옷을 대신해 옷장에 켜켜이 쌓인다. 이따금 추운 겨울날 혹여 감기나 걸리지 않을지 노심초사한다. 건조한 실내 탓에 칼칼한 목도 걱정이다. 거실과 방을 촉촉이 적셔줄 가습기가 필요하다.
김문기 이버즈 기자 moon@ebuzz.co.kr
◇초음파 가습기 대안 찾기
최근 기존 단점을 보완한 가습기가 눈길을 끌고 있다. 안정성을 더 높인 게 공통점이다. 지난 2011년 안타까운 사건 이후 개발한 새로운 대안이다. 그 당시 사건은 부적절한 살균제 사용으로 일어난 사고였다. 살균제를 쓸 수밖에 없는 가습기 구조와 구동방식도 간접적 영향을 끼쳤다.
보통 가습기는 복잡한 내부구조와 좁은 물통 입구, 분리 불가능한 가습구 등으로 위생 상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분무구 및 그 외 부품이 분리되지 않고 물 주입구가 좁아 손을 넣을 수 없기 때문에 물통 내부를 세척하기도 힘들다. 코드가 연결된 본체에 진동자가 위치해 굴곡이 많은 부분은 닦기도 쉽지 않다.
가습기는 대체적으로 가열식과 초음파 방식 등으로 나뉜다. 가열식 가습기는 히터나 전극봉을 이용해 물을 가열해 증기를 발생시키는 원리다. 증기를 강제적으로 뿜어내 습도를 맞춰준다. 기본적으로 가열된 공기가 나오기 때문에 살균 효과를 얻을 수 있고 겨울철에는 따뜻한 실내 유지에 도움이 된다. 다만 뜨거운 증기가 발생하기에 아이가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전력소모도 높다. 수증기 발생량이 적어 효율성이 떨어진다. 소음도 문제다.
초음파 가습기는 초음파 진동을 이용해 물을 입자형태로 만들어 공기 중에 뿌려준다. 전력 소모가 적지만 가습량은 상당하다. 구조도 비교적 단순하고 소음도 낮다. 가격도 저렴하다. 가열식과 달리 물 자체를 가공해야 해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세균이 증식해 청결한 세척이 필요하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초음파 가습기에 잘못된 살균제를 써 벌어진 일인 셈이다.
가열식과 초음파 방식을 섞은 복합식은 두 방식 장점을 섞긴 했으나 단점마저 섞인다는 난해함을 갖춘 제품이다. 기화식은 마치 젖은 수건을 널어놓은 듯한 효과를 낼 수 있지만 기기 자체가 무겁고 소음 문제로 곤란을 겪을 수 있다.
◇통째로 세척하는 가습기
초음파 가습기의 기존 단점을 해소하고자 완전 분리형으로 제작된 제품이 인기다. 이른바 ‘통세척’ 가습기로 불린다. 통세척은 ‘통째로 닦는다’ ‘통을 닦는다’ 등 중의적으로 쓰인다. 둘 다 맞는 말이다. 물통 자체가 분리돼 세척이 쉽고 투명하다. 초음파 가습기 장점을 그대로 갖추고 있어 전력효율과 가습량이 탁월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눈길을 끄는 모델은 이엠케이(emk)가 개발한 통세척 가습기 ‘큐보이드(CUBOID)’다. 다소 생소한 브랜드지만 업체 자체는 생활가전 분야에서 꽤 오랫동안 영위해온 곳이다.
이엠케이는 지난 1994년부터 이어오던 러셀홉스, 오스터, 보네코 등 유럽 유명 생활가전 브랜드와의 협업 경험과 자회사를 활용한 해외 수출 경험에 기반을 두고 ‘emk’라는 에어 솔루션 브랜드를 구축했다. ‘공기를 치유하다(Air therapy)’라는 슬로건을 내건 순수 국산 브랜드다. 스위스 유명 생활가전 브랜드 보네코와 수십년간 협업하며 전문 R&D 기술력과 제조, 디자인 능력을 갖췄다.
최근에는 독립 유통채널인 ‘제니퍼룸(www.jenniferoom.co.kr)’을 개설해 큐보이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해외 유수 생활가전 제품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큐보이드 플러스’ 제품을 사용하기 전 세척부터 시작했다. 물통을 좌우로 잡고 올리면 쉽게 들린다. 말 그대로 완전 분리형이다. 분리된 물통에서 뚜껑을 열고 분무구를 떼어낸다. 소음관은 잡아 돌리면 빠진다. 바닥면에는 세척솔이 숨어 있다. 세척솔은 진동자가 위치한 중앙 부분 굴곡을 깨끗이 닦을 때 쓴다. 아기자기한 구성이다.
분리한 물통 부분은 마치 설거지를 하듯 닦아 쓰면 된다. 분무구와 뚜껑, 소음관, 물통 등을 구석구석 꼼꼼히 흐르는 물에 씻는다. 다 닦은 부분은 뒤집어 말린다. 여기까지 세척 끝이다. 비교적 간단하다. 물을 갈 때마다 닦아 쓰는 습관이 필요하다. 물론 물은 자주 갈아줘야 한다.
다양하게 분리돼 닦을 때 크게 어렵지 않다. 소음관 내부도 커 부드러운 수세미로 충분히 세척 가능하다. 진동자 부분은 세척솔이 있기에 거뜬하다. 구조 자체가 단순해 바로 보면서 씻을 수 있다. 물통도 투명하기에 내외부를 바로 볼 수 있다. 내부 구조가 복잡하거나 부품 분리가 어려워 세척하기 까다로운 기존 제품과 확실히 다르다. 일단 보이지 않아 답답한 부분이 없다.
◇소음 적은 큰 바위 얼굴
물 공급은 쉬운 편이다. 물통을 뒤집어 급수하는 가습기와 달리 상부급수가 가능하다. 물통이 분리돼 따로 물을 담아 결합할 수도 있다. 비교적 넓은 크기를 갖추고 있어 물이 잘 튀지 않는다. 주전자 등을 이용해 바로 물을 부을 수도 있다. 이때는 기기를 꺼야 한다. 구동 중 뚜껑을 열면 물방울 세례를 받을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뚜껑을 열었다 봉변을 당한 경험담이다.
물은 물통에 표시된 실선까지 부어야 한다. 최대 표시선 아래로 물을 채워 넣어야 탁월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을 표시선까지 가득 채우면 9시간 정도 가습이 가능하다.
가습기는 사용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건조한 실내 공기가 아침을 불편하게 만드는 때가 많아 수면 시간에 주로 이용해야 좋다. 가습기 소음 정도가 중요한 이유다. emk는 자체 기술력으로 낙수 소음을 25㏈로 줄였다. 속삭이는 소리가 대략 30㏈에 속하며 시계 초침 소리가 20㏈에 포함된다. 큐보이드 소음이 꽤 낮은 편에 속함을 알 수 있다. 실제로도 낙수 소리가 크지 않다.
소리를 줄이는 일등공신은 소음관이다. emk는 별도로 ‘에코 튜브’라 부른다. 결로현상을 최소화해 가습기 작동 시 발생하는 물방울 소음을 줄여준다. 간혹 물통 내부에 물맺힘이 생긴다. 외부와 온도 차이로 인한 자연적 현상이다. 취침 시에는 가습량을 ‘약’으로 조절한다.
◇미니멀리즘 디자인·UX
전체적 디자인은 큐브형태로 단순하다. 최대한 미니멀리즘하게 설계했다. 디자인 정수는 본체 중앙에 위치한 원버튼으로 구현했다. 마치 아이폰 홈버튼이 연상된다. 버튼은 기본적으로 전원을 켜고 끄는 데 쓰인다.
버튼 외곽은 LED 표시 램프가 둘러싸고 있다. 전원과 물없음, 습도 등을 표시해준다. 전원을 누르면 초록색 램프가 켜진다.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16초간 유지된 후 습도에 따라 램프 색상이 변한다. 주황색은 현재 습도가 40% 이하임을 알려준다. 파란색은 40%에서 65% 구간을 나타내준다. 쾌적하다는 증거다. 빨간색은 현재 습도가 65% 이상이거나 물탱크 물이 부족할 때 켜진다. 자동으로 분무가 중단된다.
물론 기기 자체가 정확하게 실내 습도를 측정해 LED 색상으로 표시해주는 것은 아니다. 기준이 다르다. 기기 자체 기준으로 사용 시간에 따른 변화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전원이 켜진 상태에서 버튼을 누르면 취침모드로 변환돼 LED 램프만 꺼진다. 버튼을 좌우로 돌려 분무량을 조절할 수 있다. 분무량은 육안으로 확인하면서 적당한 양을 선택하면 된다.
분무구는 360도로 회전시킬 수 있다. 기기 자체를 돌릴 필요가 없다. 좌우로 돌려 가습방향을 임의로 설정할 수 있다.
큐보이드 플러스는 전자식으로 작동한다. 색상은 블랙 1종이다. 또 다른 모델은 기계식으로 작동하는 큐보이드로, 화이트 모델 1종만 판매된다. 코스트코, 하이마트 등 전국 주요 대형매장과 삼성전자, 린나이 등 대리점, 유명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emk 통세척 가습기 큐보이드 플러스를 한마디로 설명하면 ‘단순함’의 극치다. 미니멀리즘 디자인과 원버튼 사용성, 통세척 구조 등 단순한 구조로 설계됐지만 활용성만큼은 정교한 가습기다. 눈으로 확인하면서 쓸 수 있고 직접 관리가 용이하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