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노벨상 타령 앞서 과기계에 신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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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차대전 후 1936년 전함 및 장갑차 등 중화기국방연구재단(Armour Research Foundation)으로 탄생한 미국 일리노이공과대학 연구센터는 비영리 연구단체다. 2002년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JJMA(John J McMullen Associates)와 합병하면서 알리온(Alion Science & Technology)으로 분사돼 지금은 주로 제약관련 연구에만 전념하고 있다.

JJMA는 1970년대 현대중공업이 울산함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연구제안서를 작성하는 데 숨은 공로자다. JJMA 구성원은 1997년 주식을 주당 7달러에 전부 인수했다. 2002년 IITRI와 합병해 알리온을 출범시키면서 주식가치는 70달러로 상향돼 많은 연구원은 연구개발 투자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

우리나라도 창업보육센터 설립으로 기술이전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과학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해 출연연이 가지고 있는 기술 상용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투자 성과는 앞선 예에서 보듯 오랜 기간 공을 들이고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가 이루어진 후에나 가능한 것이다. 미국 과학기술 개발 도약과 혁신은 세계대전을 거쳐 이루어진 결과기도 하다.

우리나라 과학기술개발 투자를 살펴보자. 1960년 후반 세워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을 시작으로 현재 25개 출연연이 연간 4조5000억원 정도를 쓰고 있다. 출연연당 평균 1800억원 경상비를 포함한 예산을 쓰고 있다.

IITRI 예산 규모보다 적다. 알리온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최근 보도된 서울공대 1년 교수 연구비 총액 1659억원보다도 적은 것이 현실이다.

예산철이 되면 일각에서는 많은 세금을 출연연이 헛되이 쓰고 있다고 지적하기 일쑤다. 10월이 되면 스웨덴에서 전해져 오는 노벨상 소식이 출연연과 대학에서 과학기술 발전에 매진하고 있는 종사자를 더 우울하게 만든다.

최근 임금피크제 도입은 국가적으로는 필요하나 과학기술 관련 연구자 사기 저하를 초래한 측면도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학기술자가 꾸준히 연구개발에 몰두할 자율적 연구환경 조성이다.

서호주대학에서 근무하고 있는 베리 마셜 교수는 1984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을 스스로 마신 뒤 위궤양이 생기는 것과 위궤양이 항생제로 치유된다는 것을 프리맨틀 병원에서 입증해 200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마셜 교수는 세균이 위염과 위궤양에 영향을 준다는 가설을 주장한 논문을 유수한 논문집에 투고했다가 거절당했던 편지를 종종 강연에서 발표하곤 한다.

이는 주변의 단순한 평가보다는 연구자 개인이 가진 자긍심이 줄 수 있는 놀라운 치유 효과를 확신시켜 주는 한 예다.

우리 과학기술계도 이 같은 자긍심을 스스로 되찾고 꾸준한 노력으로 보람찬 열매가 맺어질 수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확신시켜 주도록 지속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믿고 기다려 줄 수 있는 무한한 신뢰를 과학기술계에 보내주는 것이 현시점에서 중요한 일이다.

우리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창조경제 핵심은 과학기술 지속 발전으로만 가능하다. 아직은 과학기술 개발을 향한 우리 시각이 설익지는 않았을까. 단순한 연구비 지원뿐만 아니라 연구자 스스로 자긍심을 잃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인정해줄 수 있는 너그러운 지혜와 아량이 필요하다.

경제 발전과 더불어 사회구조도 빠르게 변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때 이 같은 배려와 믿음은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임용택 한국기계연구원장 ytim@kim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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