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사업 포함 대대적 인력·조직개편 신호탄
“스마트폰과 TV가 저성장 시대로 진입했다”
삼성전자는 2일 창립 46주년 기념 임직원 대상 메시지로 ‘스마트폰과 TV 저성장시대 진입’을 던졌다. 메시지는 권오현·윤부근·신종균 대표이사 공동 명의로 발송됐다. 삼성전자는 ‘차원이 다른 변신’을 강조했다. 최근 화학 분야 매각 등 삼성 구조개편과 맞물려 ‘차원이 다른 변신’에 시장 관심이 쏠렸다. 삼성발 재계 지각변동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삼성전자 ‘위기극복’ 메시지는 창립기념식 단골메뉴다. 이번엔 다르다. 핵심 사업이면서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인 스마트폰과 TV사업 역동성 하락을 공식 언급한 것이다. 대표이사 세 명이 주력사업을 ‘저성장’ 사업으로 평가했다는 것은 주력사업을 포함한 대대적인 구조개편, 인력재편이 이뤄진다는 것을 암시한다. 연말 삼성그룹 전체 인사태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권 부회장은 “스마트폰, TV 등 IT산업 주요 제품이 저성장 시대로 진입하고 선진 경쟁사들이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 기존 가치사슬을 바꿔가고 있다”며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차원이 다른 변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원이 다른 변신’은 제품 개발 문제보다는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본질적인 대응을 강화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스마트폰과 TV 모두 주요 부품이 레고 블록처럼 모듈화됐다. 중국 제품도 삼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면서 차이가 크지 않다. 소비자 선호도 역시 제품 기능보다는 디자인과 사용자경험(UX), 가격으로 눈을 돌린다. 기술발달로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 평준화하면서 소비자가 과거만큼 성능에 큰 가치를 두지 않는다. 기존 강자 지위에서 시장을 지켜야 하는 삼성에는 분명한 위협이다. 주력산업은 불확실성이 커졌고 사물인터넷(IoT)이나 전장부품, 바이오 등 차세대 신산업이 확실히 부상하기 전까지는 긴축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삼성전자는 부쩍 위기관리를 강조한다. 스마트폰·TV의 미래 불확실성을 주요원인으로 풀이한다. 3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상회했지만 직원 명예퇴직, 전반적 비용감축이 선행됐다. 선제적 대응이다. 올해까지 10년 연속 1위가 유력한 TV사업 부문은 그룹 차원 경영진단도 받았다.
권 부회장은 “새로운 변화의 시대를 맞아 제품 개발, 운영, 조직문화 등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 새로운 시대의 선도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조직관리와 일하는 방식 모두에서 강도 높은 혁신을 추가로 단행할 것으로 풀이된다. 일선에서는 본사 근무 인력을 현장으로 전환 배치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연말 사장단·임원진 인사에서 전체 임원 수를 줄이고 본부 인력을 최소화하는 조치가 예상된다.
권 부회장은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바꿔 왔다. 다시 한 번 임직원의 열정과 노력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자”고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69년 1월 13일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로 출발했다. 1988년 11월 1일 삼성반도체통신주식회사를 합병하며 반도체사업을 본격화한 것을 계기로 11월 1일을 창립 기념일로 정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