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메밀 26%는 강원도가 아닌 제주에서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메밀이 강원도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효석 작가의 ‘메밀꽃 필 무렵’ 덕분이죠.”
전정환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센터를 소개하면서 문득 메밀 이야기를 꺼냈다.
누구나 자연스럽게 메밀하면 강원도를 떠올리지만 실상 메밀 주요 생산지는 제주라는 말이다.
그만큼 사람들 머릿속에 뚜렷하게 남길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전 센터장은 제주가 세계적인 섬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깊이 있고 색깔 있는 문화콘텐츠를 갖춰야 고급 관광지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제주가 고품격 휴양지이자 관광지가 될 기본적인 틀을 갖췄다고 평했다.
한해 1000만명이 넘는 관광객, 60만 제주도민, 수만명 문화이주자, 이주 기업이 한 데 모여 인재와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이다.
전 센터장은 이들을 연결하는 것이 센터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벤치마킹 대상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근교 산타모니카 해변을 꼽았다. 산타모니카 해변은 실리콘비치로 불리는 곳이다. 실리콘밸리보다 날씨 여건이 좋고 임대료가 낮아 2014년 이후 실리콘밸리 경쟁지로 떠오른 곳이다. LA 근교로 문화와 IT 교류가 쉬운 것이 강점이다. 실리콘 비치가 있는 LA카운티에는 37만 개 IT업체가 활동 중으로 2013년부터 2조원 넘는 벤처 투자가 이뤄졌다. 문화와 IT 융합으로 세계적인 창조 경제 기지로 발돋움한 셈이다.
전 센터장은 제주센터가 빠르게 자리잡아 한국의 실리콘 비치로 거듭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달 말까지 작품을 모집하는 아트토이 캐릭터 공모전’이 대표적이다. 아트토이는 기존 장난감에 아티스트나 디자이너의 창작물을 3차원 모델링과 프린트 기술로 구현한 작품이다. 장난감을 문화예술로 승화시킨 형태다. 카카오는 다음웹툰, 카카오톡 이모티콘과 같은 모바일 캐릭터 산업 경험을 바탕으로 창작자들의 상품 개발과 판로 개척을 도울 계획이다. 문화 예술 전문 분야를 IT로 연결해 산업으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제주 문화 이주자 다수가 공모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다양한 인재가 교류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전문가가 제주에 재능을 기부하는 ‘휴먼 라이브러리’를 비롯해 전문가 제주 체류 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
전 센터장은 “제주는 많은 인재가 몰려 있지만 서로 소통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며 “센터가 이들을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끌어내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제주 문화가 더 널리 알려지고 세계화돼 관광 상품으로 거듭나는 데도 한 몫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 센터장은 “센터에 입주한 두잉은 제주에 있는 1만8000여개 신화를 채집해 이야기와 캐릭터를 입혀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있다”며 “제주가 가진 다양한 매력을 발굴해 문화로 만들어지도록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