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 현안 진단 및 미래 전략 좌담회]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중소기업 지원과 창업, 일자리 창출이 현안으로 부상했다. 과학기술계와 정보통신기술(ICT)계, 기업, 정부 모두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풀어야할 숙제가 산적하다. 과학기술계는 연구개발(R&D)체계 개편과 함께 임금피크제 도입이 현안으로 부상했다. ICT 분야는 중국 추격과 미국 등 선진국 중간에 낀 넛 크래커 상황에 직면했다. 전자신문은 이에 ‘강력한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방향으로 미래를 설계해 나가야 하는지 산·학·연·관 전문가로부터 직접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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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명 IITP CP총괄본부장

◇참석자

-김영명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 R&D기획본부장

-김현덕 경북대 교수·경북대3D융합기술지원센터장

-이규대 이노비즈협회장

-임종태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장

-정명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지원단장

※사회 박희범 전자신문 전국취재팀장

-사회(박희범 전자신문 전국취재팀장)=최근 중국을 다녀왔다. 젊은이들이 삼성 갤럭시보다 애플 아이폰을 더 많이 들고 있는 걸 보고 충격 받았다. 그만큼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서 어렵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분야별로 현안부터 정리해보자.

▲김영명(IITP R&D기획본부장)=한국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이라고들 한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무역수지 흑자 474억달러를 달성했는데, 이 세 산업을 포함한 ICT산업 흑자규모가 873억달러였다. 이 부문이 없었다면 적자였을 것이다.

중국이 바짝 따라오고 일본이 역공하고 있다. 새로운 ‘넛 크래커’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것이고 안 보이는 부분이 더 걱정이다. 통신장비업체가 투자를 못 늘리고 있어 고사 일보 직전이다. 소프트뱅크 IT관련기업 투자금액이 1조4000억~1조5000억원이다. 쿠팡에 1조1000억원을 투자했다. 또 국내 모바일 게임업체, 솔루션업체, 벤처 등을 합쳐 150여곳에 투자했다. 중국은 중국대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 ICT산업 미래는 풍전등화다. 정부가 그런 속사정을 알고 대응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보고 얘기해선 안 된다.

타개안은 융합 ICT에 있다. ICT산업 세계 시장규모 4조달러 가운데 우리가 11% 수준인 400조원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의료 보건산업이 그보다 더 많은 7조달러 정도 된다. 그런데 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불과하다. 5%만 커버하면 새로운 350조원 시장이 열릴 것이다. ICT 미래는 의료융합 등 ICT융합산업에서 풀어야 한다.

▲이규대(이노비즈협회장)=중국기업 샤오미 벤치마킹을 두고 ‘대륙의 실수’라는 말도 한다. 중국이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제품을 많이 만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배터리만 봐도 가격이나 성능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중국 비즈니스팀들은 한국에 오면 보통 15일씩 머물다 간다. 3~4명이 와서 헬스케어를 비롯해 백화점, 소기업 등을 이 잡듯이 뒤지고 간다. 두려워 밤잠이 안 올 정도다.

대기업은 우리가 6~7년 앞서가는 것이 있고 중소기업은 2~3년 앞서간다고 본다. 직접 보니 불안하다. 중국 10대들은 잠도 안 자고 문제 생기는 걸 풀어낸다. 열정이 대단하다.

▲김현덕(경북대 교수)=경쟁력 문제는 상대적인 것이다.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 전략을 중국이나 인도가 우리보다 더 잘 배운다. 내수시장까지 크기 때문에 팔로어 전략에 속도가 붙어 그렇다. 대학에서 보면 IMF 이후 이공계 기피 세대가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 정도 된다. 1970년대 과학기술로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가던 사회 분위기가 없어진 거다. 중국은 우리가 했던 길을 가고 있는데 그게 더 심각하다.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공계 가면 고생한다는 인식 등이 누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용기도 불어넣어주고 해야 한다. 그 전에는 삼성 등 대기업이 인재 양성 등으로 상당 부분 커버했다.

-사회=대학 측면에서 보면 인재 양성이 현안일 것이다. 과학기술계 의견도 들어보자.

▲정명애(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지원단장)=출연연구기관은 힘 근원이 되는 젊은 사람들과 섞여야 하는데 허리 없이 중간이 떠 있다. 젊은 피 수혈이 필요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떠나 인력을 수급할 수 있는 툴이 필요한 시점이다.

KIST를 보면 학생 수급률이 상당히 좋다. 여타 출연연들은 힘들어 하는 부분이다. 위촉 연구원으로 학생들이 많이 들어와 있는 출연연도 있지만 그런 경우도 비정규직 지적을 많이 받고 있는 형편이다.

지도교수-부지도교수 제도라도 도입해 출연연 인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가 됐다.

▲임종태(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장)=국민 대다수가 과학기술 중요성에는 공감한다. 그러면서도 젊은 층에 가까이 갈수록 과학기술에 관심은 떨어지는 추세다.

최근 이공계 선호현상이 단순히 취업을 위한 한때 유행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많다.

국민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이 한국, 미국, 일본, 중국, EU 중에서 가장 뒤떨어지는 것으로 인식한다. 10년 뒤에는 중국과 격차가 더 벌어지며 과학 약소국으로 전락할 염려도 하고 있다.

실제 미래부와 KISTEP 분석에 따르면 120개 국가 전략기술을 대상으로 한국, 미국, EU, 중국, 일본 등 주요 5개국 기술 수준과 격차를 평가한 ‘2014년도 기술수준 평가’에서 중국이 한국을 앞서는 기술은 18개였다. 2012년보다 5개가 늘어났다. 이것이 현실이다.

-사회=인력 문제도 제기할 수 있지만 시스템 부문과 출연연 성과를 고민해봐야 한다.

▲정명애=출연연 성과 잣대는 한번 쯤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바로 나오는 성과도 중요하지만 대학처럼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 대학이 안정적인 이유다. 출연연은 회사가 아니다. 판단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임종태=미래는 혁신 DNA로 무장한 국가와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 요즘 젊은이 DNA에는 과학기술이 없는 것 같다.

현재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잘해오던 전통적 먹거리사업 즉 조선, 자동차, 반도체 및 전자산업에 ICT융합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창업 생태계 지속 성장만이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다.

스펙 위주 대학교 인력배출시스템도 획기적으로 개선해 시장에서 필요한 인력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현덕=대학 전체적으로 지난 10~20년간 규모가 커졌다. 젊은 교수도 많이 들어와 위에서 덜하더라도 밑에서 좋은 성과를 내주기 때문에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반면에 출연연은 인력 수급량이 정해져 있어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산학연이 각각 원천기초-개발-제품화하는 체인이 있었으면 하는데 최근 들어 사회 변화가 빨라져 잘 안 되는 게 현실이다.

출연연이 애매한 위치에 놓여 있어 지적을 받는다. 출연연이 정리되면 그 다음은 학교다. 독일 프라운호퍼와 산업체 간 매칭 얘기도 하지만 학교도 매칭해야 할 것이다.

산학연이 잘될 것 같으면 아예 밀접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대학과 출연연 인력이 오가는 구조가 돼야 하는데 서로 벽 쌓아 놓고 해결하려고 하니 되겠나. 구조만 약간 바꾸면 잘 풀릴 것으로 본다.

프라운호퍼 연구원 얘기를 들어 보니 근무연수가 생각보다 짧더라. 잘되면 다른 곳으로 옮기기 때문이다. 기업이 연구원을 얼마나 채용할 수 있게 해주느냐 문제도 있다.

-사회=분야별 역할을 얘기해 달라.

▲김영명=공무원도 기업체에 가서 근무 할 수 있게 한다면 출연연은 산과 학 중간이다. 과기 쪽 출연연은 대학처럼 멀리 보는 기초연구를 해야 하고 IT 쪽 출연연은 산업체에 다소 가까이 가는 연구를 해야 한다.

과거 ETRI는 KT의 또 다른 연구소라는 얘기도 있었다. 기업이 필요한 원천기술을 출연연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해외서 수입하는 길밖에 없기 때문이다.

출연연은 가교역할이고 산학연 인력이 교류되면 그런 문제는 해소될 것이다.

▲이규대=2013년에는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 중국에 갈 때 삼성 휴대폰을 들고 가면 거긴 구형이고 내 건 신형이었다. 그게 자랑이었다.

출연연이 앞선 기술을 많이 개발하지만 연구소가 현장을 너무 모른다는 시각이 있다.

실제 기업 연구소를 보면 서울대, KAIST 박사 출신에게 현장인식이 다소 부족한 면도 있다. 첨단 쪽은 잘하는데 투자비를 많이 까먹는다.

성과지표를 만들어 보니 연구만 하고 끝나는 게 있다. 연간 50억~60억원이 들어가는데 기술을 개발하면 시장이 없다.

출연연 연구원이 와서 가교역할도 하고 자문 역할도 해줬으면 한다. 출연연을 방문해 보면 기술이나 특허 중 못 쓰는 것 많다. 이런 점을 현실화해 달라. 파견제도를 둬 인력도 일주일에 한두 번, 안 되면 한 달에 한두 번이라도 현장을 방문해 도와줬으면 좋겠다.

▲김현덕=출연연 연구원 머리를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 놨다. 정부가 원하는 여러 가지 업무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연구소 내에서도 통신장비 연구는 누구도 안 한다. 연구비 받기가 어려워 그렇다. 미션을 연구원마다 다르게 줘 국가적으로 필요한 연구를 지속하도록 해줘야 한다.

▲이규대=출연연에서 기업에 인력을 보낼 때 한 명이라도 제대로 된 인력을 보내야 한다. 시범으로 하다 보면 업계로 확산될 것이다.

▲정명애=출연연 역할 정리가 한번은 꼭 필요하다. ETRI를 보면 원천부터 상용화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그런데 때에 따라 창조경제를 얘기하며 기업지원을 얘기하고, 해외기술 얘기 나오면 원천기술을 하라고 해 또 그리 쏠린다. 그런 문제도 정리해야 한다.

▲임종태=몸은 패스트 팔로어에 머물러 있고 머리는 퍼스트 무버를 지향하는 게 문제다. 그 틈새에 우리가 끼어 있다.

요즘 대기업도 다 어렵다. 우리 미래를 끌고 갈 것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다. 대기업이 잘 못하는 틈새를 이들이 채워야 한다. 최근 청년 창업이 살아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불씨가 꺼져선 안 된다.

도전과 열정 갖고 기술창업하는 불씨를 잘 살려 나갔으면 한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기술창업을 독려하고 강소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동반성장시키는 것, 창업문화를 확산시키는 일을 지속하고 있다.

센터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일자리 창출 역할도 부여받으며 유기체처럼 진화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중앙정부와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미래부, 산자부, 중소기업청에서 교육부, 노동부, 문화부 등과 공조가 확대되고 있다.

중앙정부 및 지역혁신기관 협조를 받아서 씨앗 키우는 노력을 하려 한다. 창업생태계와 벤처 육성 플랫폼을 만들려 하고 있다.

인력도 스펙 얘기를 많이 하는데 시장 맞춤형 교육인력이 나왔으면 좋겠다.

ETRI와 과거 과제를 많이 했다. ETRI 역할이 기초에서 상용까지 너무 많다. 대기업이 R&D를 워낙 잘한다. R&D가 약한 중소기업 지원하는 역할을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상용화 R&D에 대한 정부 정책지원이 더욱 필요하다.

▲김영명=ICT 산업에서는 퍼스트 무버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는데 정부 역할과 정책은 과거와 비슷하다. 퍼스트 무버가 되고 보니 고지가 어딘지 모른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부는 ‘나를 따르라’고 한다. 그러다 잘못되면 정책은 실패로 끝나지만 민간은 다 죽는다. 기업에는 생존이 달린 문제다. 퍼스트 무버 전략은 기업이 선택하고 추진하면 정부가 각종 규제 다 털어내고 강력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정부가 주도해선 안 된다.

▲임종태=창조경제혁신센터가 빨리 갈 수 있는 건 대기업이 뒤에서 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기술이 살 수도 있고 M&A도 가능하다. 벤처기업 성장속도를 빨리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속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해보니 가능하다.

각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오픈 이노베이션,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 허브로서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혁신주체 역할을 해야 한다. 초기라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시행착오도 있지만 긍정적이다.

-사회=미래전략, 비전에 대해 제시해 달라.

▲김영명=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힘을 모아야 한다. 현장에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달라고 한다. 오케스트라에서 협주를 하려면 다양한 악기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맞춰봐야 한다.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정부 역할이다.

또 아쉬운 게 정부 전략은 너무 많은데 지속되는 건 없다. 꾸준히 가줘야 한다. 긴 호흡 갖고 꾸준히 가져가야 할 것이다

▲정명애=미래부 내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이 나뉘는 것도 좀 아쉽다. 과기와 정통을 나눈다면 과학기술이 벨트고 정보통신이 톱니바퀴다. 정보통신은 빨리 움직일 수 있는 툴로 봐야 할 것이다. 천천히 가는 과학기술 벨트 내에 빨리 도는 정보통신 톱니가 있다.

그런 측면서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에도 정보통신 전공자가 필요하다.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교류도 추진해보고 싶다.

▲이규대=이노비즈는 창업 3년이 지나야 인증 받을 수 있다. 이노비즈기업은 매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5%다. 삼성전자 매출보다 더 크다. 출연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초기 기술 개발해놓고 알아서 하라고 하듯 이노비즈 기업도 그런 상황이다.

이노비즈기업은 평균 업력이 15.5년이다. 평균 매출도 155억원이고 1000억원 매출기업도 있다. 조금만 투자하면 중견기업으로 갈 확률이 높은 기업군이다. 현실적으로 출연연이 우수인력만 좀 더 적극 지원해주면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가는 허리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이 점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현덕=정부가 대기업 R&D 지원을 막는 것도 사실 이해가 안 간다. 퍼스트 무버가 되려면 대기업과 그랜드 컨소시엄이라도 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기업에 가서 대거 R&D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두 개 예외도 둬야 성공할 수 있다. 트렌드에 너무 집착해선 안 된다.

엘리베이터는 정부부처가 노골적으로 대기업 제품을 쓰라고 한다. 5년 뒤 중소벤처기업이 망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지적한다. 현실적인 문제지만 그걸 풀어야 한다.

▲이규대=중소기업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우수인력도 모이고 있다. 독일도 중소기업이 잘 버티고 있어 국가가 어려움을 극복했다.

정부가 기업성장 사다리 허리역할을 하고 있는 이노비즈 기업에 다양한 지원을 해야 한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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