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삼성페이 결제 인증료 못 주겠다" 최후통첩

‘제2 현대카드 대란’ 조짐...삼성전자 "당혹스럽지만 이른 시일 안에 문제 해결"

현대카드가 삼성페이 결제 인증료(전표 수거비용)를 밴(VAN)사에 주지 않겠다고 결정해 파장이 일고 있다.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와 삼성페이를 취급하는 전국 산하 밴 대리점은 현대카드가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현대카드 결제 거부 등 단체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혀 ‘제2 현대카드 대란’이 일어날 조짐이다. 순항 중인 삼성페이 확산 전략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최근 밴사에 삼성페이 전표 수거비용 수수료를 청구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현대카드 공문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발생하는 삼성페이 결제와 관련 일렉트로닉 시그니처 캡처 수거업무(전자서명 수거)에 수수료를 청구하지 말라고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거래 중 모바일을 이용해 발생하는 삼성페이와 앱카드 거래에서 전표 수거 수수료를 밴사에 주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전표 수거 업무는 밴 대리점이 카드사를 대신해 수십년간 해왔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카드를 부정 사용했는지 등을 판별해주는 전표 수거와 저장 업무가 핵심이다. 최근 전자서명으로 교체되면서 종이 전표 외에 밴 대리점은 전자서명 전표 등을 관리하고 있다. 밴 대리점 수익 40%에 달한다.

현대카드는 삼성페이에 지문인증 등 결제 전 본인인증이 이뤄지기 때문에 전표 수거 등을 할 이유가 없고 수수료를 줄 명분도 없다고 밝혔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간편결제는 사전에 본인인증이 다 이뤄지고 있어 삼성페이는 별도 전표 수거가 필요 없다”며 “현대카드는 삼성페이 전자서명 업무도 아예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는 이와 관련해 현대카드 측에 계획 철회를 요청할 예정이다. 철회하지 않을 때 모든 밴 대리점은 현대카드 결제 거부 등 강력한 단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조영석 조회기협회 사무국장은 “밴 대리점은 삼성페이 관련 매입, 정산, 전표 수거 등 대행비용을 받고자 단말기 설치 및 관리업무를 담당한다”며 “현대카드가 전표 수거비를 청구하지 말라는 건 영세 밴 대리점 사업장을 모두 폐쇄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밴 수수료 체계를 변경하는 방법도 있는데 아무 협의 없이 수십년간 해오던 업무에 대행비를 안 주겠다고 하니 황당할 뿐”이라며 “결국 밴 대리점은 받지 못하는 수수료를 가맹점 관리비 등을 통해 받거나 또 다른 대행업무 수수료를 올려 받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업계 생존권과 직결되는 만큼 현대카드 거부 등 강력한 단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도 현대카드의 이 같은 방침에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삼성페이 결제 비중이 높아지고 범용성이 핵심인데 자칫 현대카드와 밴사 간 갈등으로 삼성페이를 가맹점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요한 시기에 이 같은 일이 발생해서 당혹스럽지만 이른 시일 안에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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