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인터체인지(IC)에서 승용차로 10여분 가면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강원지역본부가 나온다.
지난 2012년 개소한 생기원 강원지역본부(본부장 이창우)는 임차 건물을 사용하다 지난 7월 강릉과학연구단지 안에 새로운 건물을 지어 입주를 마쳤다. 이곳에는 국내에 하나밖에 없는 금속 분야 특화 ‘3D프린팅기술지원센터’가 있다.
이곳에서 만든 순수 타이타늄 소재 성인 두개골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다음 달 진행된다. 이 수술은 세계 의료계 처음으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까지는 순수 타이타늄이 아닌 알루미늄과 바나듐이 들어간 타이타늄 합금을 사용해왔다. 강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생기원 강원본부는 이를 개선해 순수 타이타늄만으로도 합금에 준하는 강도를 실현하는 공정기술을 개발, 이번 수술이 이뤄지게 됐다.
지난 18일 이곳을 찾았을 때 3D프린팅기술지원센터 연구원은 보다 정교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센터를 안내한 이창우 본부장은 “지난해 3월 금속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산업차원 실용화 연구개발을 목적으로 센터가 문을 열었다”며 “순수 타이타늄 소재를 이용한 의료기기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이타늄 소재로 만든 3D프린팅 제조물은 불순물이 없는 등 여러 장점이 있다. 분말 가격이 ㎏당 50만원일 정도로 고가다.
생기원 강원본부는 오는 10월 국내외 의학계가 깜짝 놀랄 만한 일을 시행한다. 타이타늄 재료를 활용한 성인용 두개골을 제작, 성인 환자에게 이식한다.
이에 적용하는 인공뼈는 환자 맞춤형으로 의학 분야와 많은 토의를 거쳐 환자 두개골 내부에 발생하는 공간을 다 채울 수 있는 디자인으로 제작했다. 환자 3D프린팅 장비를 활용해 두개골 내부에 생긴 데드존(dead zone)까지 고려한 성인 두개골 제작과 수술은 세계 의료계 사상 처음이다.
수술은 다음 달 중앙대병원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이 본부장은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인체 삽입 의료기기 개발은 재료공학, 맞춤형 설계공학, 생체공학, 적층 성형공학 등 다양한 학문이 융·복합해야 한다”며 “3D 프린팅을 이용한 고강도 무독성 생체 부품 개발에 특히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3D프린팅기술지원센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비는 전자빔 용해장치(EBM:Electron-Beam Melting)다. 이 장비는 전자빔을 열원 소스로 해 금속분말에 조사(照射), 일정 영역 내 금속분말을 용해(Melting)하는 장비다. 공공기관에서 이 장비를 갖고 있는 이곳이 유일하다.
보통 금속 3D프린터는 레이저를 열원으로 하기 때문에 제품 제조 시 내부에 형성된 잔류응력으로 균열과 금속 산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이곳에서 보유한 전자빔용해장치는 10-5 토르(torr) 고진공에서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산화 걱정이 없다.
적층 시 프리히팅(Preheating) 공정을 사용해 잔류응력도 없앴다. EBM 최고 적층속도는 시간당 80㎝다. EBM뿐 아니라 국내 최대 3D 스캐너도 이곳에 있다. 측정범위가 700×1000×600㎜고 해상도는 760×480 CCD에 달한다. 측정 정확도가 0.01㎜ 이하일 정도로 정밀하다. 이 밖에 의료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이미지를 3차원으로 변환하는 미믹스(Mimics) 소프트웨어와 3차원 이미지 파일을 수정 및 보완할 수 있는 3-매틱스(3-Matics) 소프트웨어, 3차원 데이터 에러를 줄여주는 매직스(Magics) 소프트웨어도 보유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앞으로 인체삽입용 금속 제품 실용화에 주력하겠다”며 “금속기반 3D 프린팅 공정 및 후처리 원천기술 개발로 의료산업과 항공우주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강릉=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