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동의 사이버세상]<11>사이버국제공조 다차원 전략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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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공간 연결성으로 인해 사이버안보에서 국제협력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제연합(UN)은 사이버위협을 21세기 가장 심각한 도전과제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개인·기업·국가 모두가 위협 대상이며 사이버공격으로 공공 안전과 안보, 국제사회 전반에 파괴적인 활동을 우려하고 있다.

국제연합 정부전문가그룹(GGE)은 2013년 6월 ‘국제안보 관점에서 정보통신기술 발전방안’을 내놓았다. 이 권고안은 사이버안보와 관련한 최초 국제 합의로 △대응 필요성 △국가 책임행위 규범 △신뢰구축 조치와 정보 공유 △역량 강화 등 안전한 사이버환경 구축을 위해 구체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국제공조 큰 틀을 제시했다.

2012년 2월 인터폴 주도로 유럽과 남미 경찰이 15개 도시에서 해킹 용의자 32명을 체포했고 지난 3월 유럽연합(EU) 범죄대책기구인 유로폴과 민간 기업이 공조해 악성코드를 유포한 사이버범죄조직을 검거했다. 7월에는 악명 높은 사이버범죄 포럼인 ‘다코드(Darkode)’가 철퇴를 맞았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전 세계 19개국과 공조수사를 벌여 다코드에서 활동하던 해커 70여명을 20개국에서 체포하거나 수배 명단에 올렸다.

경찰청도 지난 7월 태국 수사당국과 공조해 태국 현지에서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운영자를 검거했다. 경찰청은 2017년을 목표로 한·중·일 사이버경찰 협의체를 구성, 동북아 경찰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미국·영국·독일 등 주요국과 교류도 확대할 방침이다. 사이버범죄 공조수사는 시작됐지만 국제적인 관련 사법체계와 절차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피의자를 기소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사이버안보와 관련한 국제적 노력은 사이버공간에서 역기능이 나타나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 본격화됐다. 다자 협력 차원에서는 국제연합,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형사경찰기구(INTERPOL) 등 다양한 기구가 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국제연합 산하기구인 군축사무소는 국제안보 관점에서 사이버테러와 사이버군축을 다루고 있다.

지역 차원 협력 대표 사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산하 사이버공동방위센터(CCDCOE) 설립이다. 나토는 2007년 4월 에스토니아 대상 사이버공격이 발생한 이듬해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 센터를 설치해 유럽 사이버방위 중앙 집중화를 이뤄냈다.

국가 차원 협력이 가장 활발하다. 미국·영국·일본 등 많은 나라가 국가 간 공조 범위를 경쟁적으로 넓히고 있다. 우리도 미국을 비롯한 기존 우방국과 양자 간 협력을 바탕으로 국제 사이버안보 역량을 강화했다. 특히 중국과 사이버위협 인식 공유와 협력은 필수다. 북한의 대남 사이버공격이 도를 넘어섰고 공격 대부분이 중국에서 시작된다.

민간 협력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과 러시아는 동서연구소에 민간전문가가 모여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한다. 국제 콘퍼런스도 사이버안보에 관한 기술·정책 동향이나 각국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국제협력에 일조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인터넷 거버넌스, 사이버공간에서 주권, 사이버위협 수준 등 사이버안보 전반 인식 차이가 합의 도출을 어렵게 한다. 협력과 통제에서 입장 차이는 미국 중심 서방 진영과 중국·러시아 중심 상하이협력기구(SCO) 진영 간 대립으로 드러난다.

미국 측은 논의 범위를 지식재산권을 포함한 정보보호 전반으로 확대하는 반면에 중국 측은 정보기술 범죄·테러·군사적 사용 논의에 중점을 둔다. 위협 인식에서 미국 측은 범죄 차원에서 바라보지만 중국 측은 대량살상무기 금지조약과 같은 새로운 국제규범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초(超)국가적 범죄·테러조직이 회원을 모집하고 폭력을 선동하기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어 개별 국가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별로 없다. 이 와중에 세계 각국은 사이버공간 국제규범 논의가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형성되도록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우리도 2013년 10월 세계 사이버스페이스 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등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성과가 가시적이지는 않다.

사이버안보 국제 논의와 협력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논의 방향에 따라 우리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수 있다. 국제안보 관점에서 일관된 우리 원칙과 기조를 정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다자(국제)·지역·국가·민간 다차원적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손영동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초빙교수 viking@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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