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최근 지주회사 ‘알파벳’ 체제로 전환을 선언했다. 이제 구글은 검색을 담당하는 알파벳 자회사 형태로 바뀐다. 우리가 알던 구글은 알파벳이 만들어가는 거대한 ‘무엇’의 일부다.
구글의 정체는 뭘까. 1998년 처음으로 세상 빛을 본 구글은 인터넷 검색 서비스와 광고가 주력이다. 연매출 70조원, 직원 수 5만여명의 인터넷 공룡기업으로 잘 알려졌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구글은 모바일 운용체계(OS) 안드로이드로 세계인의 손바닥을 장악했고 베일에 싸여 있는 비밀연구소 ‘구글X’를 운영하기도 한다. 구글 본사가 위치한 미국 마운틴뷰 근처에는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무인자동차가 다니고 스리랑카 하늘에는 구글이 띄운 기구 ‘프로젝트 룬’이 떠다니며 반경 40km에 인터넷 신호를 뿌린다.
구글이 무엇을 하는지,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외계인이 아닌 구글에 속한 사람들이 이 모든 것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무기는 다름 아닌 소프트웨어(SW)다.
◇50% 이상이 SW 엔지니어…자유와 공유를 누린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세계 곳곳에 퍼진 구글 직원 5만3000여명 중 절반 이상이 SW 엔지니어다. 구글은 지금도 SW 개발자를 뽑고 또 뽑는다.
구글 정책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이 ‘80:20’이다. 즉 업무 시간 중 20% 정도는 개인 관심사에 할애해도 된다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엄청난 자유도를 주는 것으로 알려진 이 정책은 오히려 구글 안에서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대부분 구글 SW 엔지니어들은 흔히 말하는 ‘근태’에 아예 제약이 없다. 다만 분기별로 할당된 목표와 이를 어떻게 수행했는지 점검만 있을 뿐이다.
팀별로, 개인별로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분기별로 승인받고 이를 어떻게 수행하고 결과를 냈는지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하자가 없다면 집에서 일을 해도 상관없다는 것이 구글 분위기다.
‘공유’는 구글이 가진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검색 서비스로 시작한 구글은 ‘제한 없는 정보 공유(세계 정보를 조직화해서 그 누구라도 접근할 수 있는 유용한 것으로 만드는 일)’라는 ‘웹 민주주의’를 기치로 내걸었는데 결코 구호에 그치지 않는다.
구글 SW 개발자라면 누구나 구글 서비스 개발 소스를 다 볼 수 있다. 박영찬 구글 테크리더·매니저는 “아주 예민한 문서가 아닌 이상 대부분 소스가 공개”라며 “누가 어떤 일을 하는지 또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는지 모두 오픈한다”고 말했다.
이런 공유 문화는 결국 ‘배움’으로 이어진다. 보통의 한국 기업처럼 ‘사수’와 ‘부사수’ 개념은 없지만 자연스럽게 구글이 쌓아온 역사와 노하우 그리고 개발자 경험이 그대로 후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끊임없는 토론과 실험, “글로벌 혁신의 시작”
사람들은 구글 조직 문화에 흔히 ‘수평적’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수평적 조직 문화 핵심은 토론이다.
구글 경영진은 인사관리 업무를 겸임하는 SW개발직(테크리더)에게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지 말라”고 수시로 이야기한다.
누가 어떤 일을 하든 간섭하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조직문화 뒤에는 분명한 목표 제시와 이를 수행하는 능력에 대한 철저한 평가가 뒤따른다.
덕분에 구글 SW개발자는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해당 분기에 달성해야 하는 큰 방향이 결정되면 거기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의견개진은 자연스럽게 토론으로 연결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서비스는 철저하게 수치로써 검증한다. 구글 웹페이지에서는 일반 이용자가 눈치 채지 못하는 실험이 지금 이 시간에도 수백개가 돌아간다. 개발자들이 만들어낸 서비스가 실제 이용자들과 만나는 것이다.
신규 서비스는 수치적으로 기존 서비스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아야지만 비로소 상용화 절차에 들어간다. 구글을 경험한 개발자들 사이에서 “(구글이) 데이터에 광적으로 집착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구글에는 공유와 자유, 그리고 검증을 거쳐 탄생하는 상품을 관통하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있다. 바로 ‘글로벌’과 ‘혁신’이다.
구글의 모든 서비스는 ‘원소스’로 진행된다. 미국과 한국, 아프리카, 싱가포르 서비스가 다르지 않다.
구글 코리아 개발자들이 주도해 만든 ‘영화 라이브 패널’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서비스된다. 영화를 검색하면 이미지와 상영시간표, 예매까지 연결하는 시스템이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시스템을 뒤집어 보면 굉장히 복잡한 구조가 드러난다. 한국뿐 아니라 영화관 정보, 포스터 이미지 등 세계 곳곳에 각기 다른 상황을 단일 시스템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세계 각지 다양한 상황을 한 그릇에 담아냄으로써 비용절감과 동시에 거대한 서비스 아키텍처를 보유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개발과정에서 ‘혁신’을 요구하는 것은 구글이 버리지 않는 철칙이다. 구글 개발자들은 서비스를 만들며 끊임없이 “혁신적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박 매니저는 “구글 SW 엔지니어는 ‘카피’와 ‘이노베이션’ 두 가지 갈림길이 나오면 주저 없이 이노베이션을 택한다. 그렇게 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회사 임무”라며 “결국 이런 행동들이 쌓여 글로벌 스케일의 새로운 서비스를 탄생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