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용량요금과 정책 유연성

“정부로서는 민간발전 수익이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용량요금을 올리기 어렵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얼마 전 만난 전력업계 종사자는 이런 속내를 털어놓았다. 정부와 민간발전업계가 용량요금을 놓고 대립 중인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꽤 충격적으로 들렸다.그는 철저히 시장 관점에서 진단했다. 발전사가 어렵다고, 혹은 돈을 잘 번다고 요금 관련 제도를 흔들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요금은 수요와 공급이란 시장상황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지금은 발전사 수익악화로 용량요금 인상이 이슈지만 더 큰 문제는 용량요금이 고정값처럼 바뀌지 않는 데 있다는 것이다.

용량요금은 해마다 시장 상황에 따라 기준을 새로 잡아야 한다. 전력도매 시장에서 한계가격을 결정하는 발전소와 전력수급 상황 등을 반영해 용량요금을 정해야 한다. 그러나 용량요금은 지난 2001년 전력시장이 개설된 이후 단 한 차례도 바뀌지 않았다. 순환정전이 터질 정도로 전력수급이 롤러코스터를 타도 그대로였다. 시장에서 한계 발전기가 수시로 바뀌어도 요지부동이었다.

정부는 지금까지 바뀌지 않은 요금을 발전사 수익 때문에 바꿀 수는 없다고 말한다. 지금 논의가 인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용량요금 인상은 곧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부 자세는 스스로에 올가미가 될 수 있다. 시장 가격이 치솟을 때 용량요금을 내릴 수 있는 명분도 함께 잃게 된다. 지난 2012~2013년 전력도매가격이 폭등하면서 수많은 민간발전사가 최고 호황을 누릴 때도 정부는 용량요금을 꽁꽁 묶어놓고 시장가격에 한계치를 그어버리는 선택을 했다.

시장경쟁 체제에서 가격은 항상 변한다. 용량요금도 매번 인상요인만 있으란 법이 없다. 언제든 2012~2013년 전력시장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정부 스스로가 시장가격 정책 유연성을 꽁꽁 묶어버리는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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