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W에너지, 공기아연전지 호주 첫 수출…민간시장 공급 넓힌다

우리 기업이 개발한 공기아연전지가 호주 수출길에 오른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군 장비용으로 공기아연전지가 쓰인 적은 있지만 일반 민간시장에 쓰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공기아연전지 확산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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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W가 호주 캠핑카 제작업체에 제공할 공기아연전지 ‘에이터너스`.

EMW에너지(대표 류병훈)는 7일 호주 배터리 유통업체 엠파워텍과 계약을 맺고 호주 캠핑카 제작업체 K사에 공기아연전지(제품명 에이터너스)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K사는 호주 캠핑카 제조업체로 자국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지금까지 K사는 연료전지나 소형 태양광·풍력발전으로 차량 내 냉장고, TV, 조명, 난방기구, 취사도구에 전기를 공급했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발전량 기복까지 심해 이번 공기아연전지로 교체를 결정했다. EMW에너지는 이 공급으로 공기아연전지 캠핑·레저용 활용성을 시장에 인지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에서 상용시장을 먼저 열게 됐다. 최근 일본 공공시장 조달업체와도 재해·방재분야 비상용 공급을 논의 중이어서 추가 수출도 가능할 전망이다.

에이터너스는 17×18×7.5㎝(가로×세로×높이)로 에너지 용량은 40Ah지만 무게는 2.5㎏에 불과하다. 220V 인버터를 이용해 일반 가정용 전자제품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여러 개를 병렬로 겹쳐 사용하면 지속적 전기 공급이나 필요한 만큼 용량을 확장할 수 있다.

배터리 하나로 휴대폰은 30회 충전, 노트북은 20시간 연속 사용 가능하다. 이는 망간전지 10배, 리튬전지 2배 이상 에너지밀도가 높기 때문에 가능한 성능이다. 더욱이 화학 배터리에 비해 폭발 위험이 없고 보관까지 용이해 안전한 이동형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류병훈 EMW에너지 대표는 “해외 민수시장 첫 진출로 시장성을 입증 받은 만큼 공급 논의 중인 일본을 포함해 국내외 레저, 군용, 재해·방재 분야 시장공략에 더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MW에너지 공기아연전지 해외 진출은 ‘민간 시장’ 개막에 더 큰 의미가 실렸다. 공기아연전지는 널리 쓰이는 리튬·망간 계열 배터리와 비교해 화재·폭발로부터 안전하고 에너지효율도 뛰어나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부 기술 검증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미국 등 일부 국가 군장비 사용에 국한됐던 것도 그 때문이다.

공기아연전지는 공기 중 산소와 전지 내부 아연이 반응해 전류를 만든다. 음극으로 아연금속이, 양극으로 공기 중 산소를 사용하는 만큼 에너지 밀도가 매우 높은데다 전지 내부가 음극으로만 구성돼 폭발·인화성이 전혀 없다. 리튬·망간 전지가 양극과 음극 사이 물질 이동 통로인 전해질과 양극 접촉을 방지하는 분리막으로 구성, 화학물에 의해 전류가 발생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렇다고 단점이 없는 게 아니다. 낮은 온도와 습도에 영향을 많이 받고 공기 양을 일정하게 공급하는 게 어려운 기술로 여겨져 왔다. EMW에너지는 아연 등 금속 전극을 외부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하도록 독자 개발한 산소층·백금 촉매기술로 단점을 극복했다. 민간 상용시장 진출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독일 바스프(BASF)나 미국 아로텍·일렉트릭퓨얼 등도 공기아연전지 기술을 보유했지만, 군용 시장 말고는 민간시장까지 넓히지 못했다.

EMW에너지는 지난 2011년 자체 기술로 개발한 공기아연전지를 공칭전압 72V, 240개 셀을 하나의 팩으로 구성해 전기차에 탑재하고 서울·대전까지 왕복 주행테스트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를 계기로 이차전지 양산형 제품 개발에 착수하며 최근까지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 5개국에서 18개 특허를 등록했거나 출원 중이다. 최근엔 국방부와 군용 무전기 전지 교체 사업도 협의 중이다. 국방부가 지난해 수차례 발생한 군용 무전기 배터리 사고로 공기아연전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류병훈 EMW에너지 대표는 “공기아연전지는 화학물질 사용이 거의 없어 안전한데다 유기화합물(솔벤트)을 사용하지 않아 생산공정도 청정하다”며 “안전성에 친환경성,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차세대 배터리로 일차전지뿐 아니라 이차전지 기술도 확보해 글로벌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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