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왕관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첫째는 다섯 개의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정면에 출 (出)자 모양으로 만든 것은 신목 (神木)을 형상화해서 만든 것이며, 셋째는 양 옆에 있는 사슴 뿔의 형상이다. 그렇다면 왜 한반도의 남방에서 발견된 신라의 왕관은 이러한 문양을 가지게 되었는지 북방 샤머니즘의 관점에서 풀어보도록 하겠다.
1. 다섯 개의 가지
신라왕관을 보면 다섯 개의 가지가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출 (出)자 모양으로 생긴 것 세 개와 사슴 뿔의 형상을 한 것 두 개이다. 숫자 ‘5’가 상징하는 것은 금성과 북극성을 상징하는데, 먼저 금성을 상징하는 것은 ‘태양-금성-지구’가 공전을 하면서 9년 동안 5번 일직선으로 정렬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 지점을 서로 연결을 하면 오각별의 형상이 나온다. (그림 참조) 그래서 오각별은 금성을 상징한다.
왕이 금성으로 묘사되는 이유는 탱그리가 하늘로부터 금성을 타고 내려온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금성을 ‘태양의 아들’ 혹은 ‘지상에 내려온 신의 화신’ 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천자 (天子)는 금성을 상징했다. 한국에도 이와 동일한 사상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고구려의 건국자인 주몽 (朱蒙)은 동명왕 (東明王)이라고도 불렸는데, 주몽이라는 이름은 오늘날 몽골인들이 남자이름으로 사용하는 촐몬 (Цолмон: 금성)과 같은 어원을 가지는 이름일 것으로 추정된다. `동명왕` 이라는 이름 또한 동쪽의 밝은 왕이라는 의미가 있어 바로 `금성의 왕`임을 암시하고 있어 한국의 지배계급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북방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사상과 같음을 알 수 있다.
숫자 `5`가 금성뿐만 아니라 북극성도 동시에 상징하는 이유는 북극성이 지구의 세차운동 때문에 약 26,000년을 주기로 바뀌기 때문이다. 현재의 북극성은 작은 곰 자리이지만, 그 이전에는 용자리 였으며, 그 이전에는 직녀성, 백조자리, 세페우스로 다섯 개의 별이 순차적으로 북극성이 된다. 그래서 왕은 북극성과 태양, 달이라는 삼신 (三神)을 대표하여 지상에 내려온 신의 대리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왕의 복식에는 항상 삼신 (日-月-星)의 상징을 하게 된다. 이러한 전통은 조선시대 때까지도 이어졌는데, 조선의 왕이 앉는 `일월오봉도 (日月五峯圖)`는 바로 조선의 왕이 북극성의 기운을 받아 태어난 신성한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그려진 그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봉 (五峯)은 바로 북극성을 상징하는 숫자 `5`와 같으며 동시에 중앙에 배치하고 있어 삼신 중에 최고임을 암시함과 동시에 오봉의 자리에 임금이 앉기 때문에 바로 그 임금이 북극성으로부터 왕의 통치권을 받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2. 출 (出)자 모양
출 (出)자 모양은 고대로부터 지구의 중심에 심어져 있다는 하늘 나무 즉 신목 (神木)을 상징화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했듯이 신라의 왕은 종교적 지배자였기 때문에 하늘과 인간의 중간 역할을 하는 중계자의 역할을 했었다. 따라서 신라의 왕관에 있는 `출`자 모양은 자신이 하늘과 지상을 연결하는 중계자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상징으로서 장식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세 개를 장식한 이유는 태양, 달, 북극성 삼신과 백성을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에 세 그루의 신목을 머리에 장식한 것으로 보인다.
위의 그림은 사슴관이 어떻게 변천이 되었는가를 정렬해 놓은 것인데, 위의 변천사를 보면 `출`자 모양은 신목을 형상화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슴의 뿔을 형상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러시아 하카시야 자치공화국의 수도인 아바칸 (Abakan)에 가면 유대교의 메노라 (Menorah)의 원형을 알 수 있는 암각화들이 많이 있다. 이 지역의 암각화들을 보면 시베리아의 샤먼 혹은 지배자들은 머리에 출자 모양의 원형이 되는 형태의 관을 썼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형태의 관의 원래 기원은 이 지역에 서식하는 순록 뿔의 형상에서 점차 변형이 되어 머리 장식으로 발전한 것이다. 즉 신라왕관에 있는 세 개의 신목 (神木) 형상의 출 (出)자는 신목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순록의 뿔임을 알 수 있다. 순록의 뿔 형상과 신목 형상을 겹치게 묘사하여 만든 이유는 아마도 신라의 금관을 썼던 사람은 남성이 아니라 샤먼 출신의 여성이라서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북유럽에는 크리스마스의 원래 기원이 되는 율 (Yule) 축제가 있는데 이때 나오는 `루시아`라는 여신의 모습을 보면 머리에 초를 꼽은 형상을 하고 있어 신라의 사슴관은 남성 것이 아닌 여성 것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슴관은 재질도 사슴뿔에서 금으로 바뀌고 용도도 왕관과 촛대 혹은 둘을 겸용하는 방식 (루시아 여신)으로 변천해 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올림픽 때 쓰는 월계수관이나 기독교에서 나오는 가시관의 원형은 시베리아 샤먼들이 쓰던 사슴관에서 유래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3. 사슴 뿔 형상
시베리아 샤먼들이 머리에 장식하는 동물은 순록 외에도 많이 있다. 예를 들어 머리에 깃털을 꼽는다던가 아니면 소나 염소의 뿔을 장식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여러 동물들이 다양하게 나오지만 이 모든 동물들이 상징하는 바는 하늘과 지상의 연결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고대 스키타이와 흉노족의 비문, 유물 등을 보면 주로 순록과 까마귀가 많이 나오는데 그 이유는 앞서 언급했던 스키타이의 골품제도 즉 아크 수이예크 (Ақ сүйек: 흰 뼈 제도) 때문이다.
지배계급은 크게 종교계급과 무사계급으로 나뉘는데 주로 무사계급출신 지배자의 경우는 머리에 새나 불을 장식하는 경우가 많고, 종교계급출신 지배자의 경우는 순록의 뿔 혹은 염소-산양의 뿔 형상을 머리에 장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양쪽이 혼재되는 경우는 두 집단이 정략결혼을 하여 양쪽 지배계급을 대표할 경우에는 두 요소가 모두 나타나는 경우도
신라의 왕관을 보면 순록의 뿔 형상에 새가 앉아 있는 모양을 발견할 수 있다. 이로 미루어 알 수 있는 것은 신라의 왕들은 백인도 몽골계 아시아인도 아닌 두 집단간의 정략결혼으로 태어난 혼혈아들이 종교와 정치를 아우르는 수장의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줘서 DNA 상의 증거와 왕관이 상징하는 바가 서로 일치함을 볼 수 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필자소개/김정민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 미스미에서 근무.
-2007년 카자흐스탄으로 건너가 국제관계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
-2012년에는 몽골국립대학 국제관계학과 박사과정을 수료.
-2015년 3월, 몽골외교부 컨퍼런스에서 Energy security in North-East Asia란 주제로 발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