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 변하는 반도체 업계 "메모리-CPU 간 성능 격차를 줄여라"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간 성능 격차를 줄여 전체 컴퓨팅 성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반도체 업계 고민이 계속되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경쟁사가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시장을 잡기 위해 기존 메모리 제조사뿐만 아니라 인텔, 램버스 등이 신기술을 앞세워 영역 확대에 나섰다. 시장 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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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의 법칙의 효과에 따른 메모리와 CPU 간 성능 차이 추세를 보여주는 이 도표는 메모리 성능은 연간 7%성장하고 CPU성능은 연간 60% 성장한다는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두 곡선간의 갭은 평균 50%다. 가로 축은 시간, 세로축은 성능을 의미한다. 자료=시높시스

CPU는 매년 클록 속도를 높이며 성능이 빠르게 향상되는 데 비해 메모리는 높은 미세공정 기술 난이도 때문에 성능 속도 향상은 비교적 제한적이다. 고성능 CPU를 장착해도 메모리 데이터 전송속도가 따라가지 못해 전체 컴퓨팅 성능을 높이지 못하는 것이다.

DDR4 메모리가 서버시장에 채택되기 시작하면서 문제를 일부 해결했지만 여전히 전체 컴퓨팅 성능을 십분 발휘하기에는 부족하다. DDR4를 잇는 차세대 메모리가 등장하려면 2018년 이후나 가능할 전망이어서 컴퓨팅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반도체 업계에서는 차세대 메모리 중 하나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양산을 서두르거나 SD램 대신 CPU와 임베디드D램을 통합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는 새로운 전략을 내놨다. 기존 D램 성능 의존도를 최소화하고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비중을 극대화하는 ‘3D크로스포인트’ 같은 신기술도 등장했다. 메모리 IP 라이선싱 기업 램버스도 별도 칩을 자체 제작해 공급하며 데이터센터 시장을 정조준했다. D램 기업 위주 시장에 새로운 경쟁사들이 속속 진입하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캐시 메모리는 용량 면에서 크지 않아 대규모 매출을 발생하기 힘들지만 칩 단가는 상대적으로 높다”며 “기존 D램 제조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서버 설계 구조를 바꿔 시장 판도를 바꾸려는 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내년 초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대량 양산하고 이를 엔터프라이즈 서버 환경에 적용할 예정이다. 주로 그래픽과 고성능컴퓨팅 용도로 사용한다. D램을 여러 층으로 쌓은 뒤 미세한 구멍을 수백 개 뚫어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을 적용했다.

인텔은 6세대 프로세서 ‘스카이레이크’에 자체 개발한 임베디드D램(eD램)을 적용했다. CPU 내 캐시메모리는 주로 SD램을 사용했으나 하스웰 프로세서부터 CPU와 eD램을 한 패키지에 구성했다. 스카이레이크에는 22나노 공정 기반 eD램을 탑재했다.

SSD 속도와 용량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메모리 의존도를 낮추는 차세대 메모리 기술 제품도 준비 중이다. D램과 낸드 장점을 결합한 3D크로스포인트 기술 기반 SSD로 단가가 높은 메모리 역할을 최소화하고 SSD 역할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전통적인 서버 설계 구조 변경이 불가피하다.

램버스는 CPU와 메모리 간 데이터 처리속도를 높이는 칩을 직접 설계해 공급하는 팹리스(반도체설계) 기업으로 변신을 꾀했다. 25년간 SD램보다 데이터 전송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별도 초고속 D램 특허기술을 개발하고 IP를 메모리 제조사에 라이선싱하는 IP 전문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동력을 찾기 위해 변화를 단행했다.

램버스는 초고속 메모리 기술 특허로 메모리 기업과 잇달아 대규모 소송을 벌였지만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면서 이들을 고객사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분쟁 대상이었던 IP 라이선싱 계약을 10년 장기로 바꾸는 등 추가 분쟁 소지를 없앴다.

일리 쯔언 램버스 부사장은 “DDR4도 물리적 한계가 있기에 이를 뛰어넘는 속도 향상 지원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다양한 메모리 형태에 걸친 기술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