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법정에 선 IP> (3) 변형된 실사용상표도 `등록상표`로 인정

오늘은 속옷 매장에 들어가 보겠습니다.

다양하게 변형된 상표가 새겨진 제품이 보이시나요? 심미감을 주려는 목적일 텐데요. 그렇다면 변형된 실사용상표도 등록상표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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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시크릿은 변형된 실사용상표로 피소됐지만, 대법원서 등록상표와 동일성을 인정받았다.

사건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의류와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최모씨가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이 등록상표를 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를 취소해야 한다는 심판을 청구합니다.

이른바 ‘불사용취소심판’입니다. 우리 상표법은 상표를 일정기간(3년) 사용하지 않으면 사용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상표권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상표 사용을 입증할 책임이 있는 빅토리아 측은 자사 제품에 적용한 실사용상표가 등록상표와 동일하다고 맞섭니다. 실사용상표는 크기가 다른 영문이 2단으로 구성된 등록상표를 조금 변형한 것으로 등록상표와 다를 바가 없다는 주장이죠.

먼저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은 최씨의 손을 들어줍니다. 특허법원은 실사용상표가 소비자에게 심미감을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사용됐고 등록상표와 비교해 위아래가 바뀌었거나 불규칙하게 배열돼 등록상표와 동일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습니다. 상표적 사용으로 볼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른 판단을 내립니다. 실사용상표가 심미감을 제공하는 기능 외에도 소비자가 의류 내부 라벨을 보지 않고도 출처를 쉽게 알 수 있는 역할을 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또 실사용상표가 등록상표의 글자체와 대소문자 구분, 색채 등에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상하 2단으로 구성돼 있고 거래통념상 등록상표와 동일성을 상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실사용상표의 상표적 사용과 등록상표와의 동일성 모두를 인정한 것입니다.

실제 최근들어 대법원은 등록상표와 실사용상표 사이 동일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완화하는 추세입니다. 얼마 전이었다면 대법원도 특허법원과 같은 판결을 내렸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심지어 대법원은 지난 2013년 한글과 영문의 상하 2단으로 구성된 등록상표에서 영문만 따로 떼낸 실사용상표도 등록상표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등록상표와 동일한 호칭과 관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거래통념상 등록상표와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등록상표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더라도 소비자가 보기에 출처를 확인할 수 있는 정도로 변형된 실사용상표는 상표적 사용으로 볼 수 있습니다. 등록상표와 동일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IP노믹스=이기종기자 gjg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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